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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향)성상록 사장, 해외수주 '선두 탈환' 총력전
35년간 화공플랜트 경험한 전문가…해외수주 선두 뺏겨 명성에 흠집
2019-01-13 12:00:00 2019-01-13 17:40:04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건설사에게 엔지니어는 핵심 인력이다. 엔지니어 기술을 통해 건물과 공장 등을 짓는다. 그래서 엔지니어 출신 건설사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말은 원래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2019년 현재 건설업계에서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라는 말은 어색한 말이 됐다. 국내 10대 건설사 사장 중 엔지니어 출신은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돈을 만지는 재무 전문가가 사장 자리에 앉아 있다. 성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올해도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성 사장은 35년 넘게 한 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은 화공플랜트 전문가다. 업종 전문가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평가를 후하게 준다. 성 사장은 1954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동아대 공업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현대엔지니어링 화공사업부에 입사했다. 2005년 상무보로 승진해 2008년 화공플랜트사업본부 영업1부문장(상무)과 2011년 영업본부장(전무)을 거쳐 2013년부터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1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성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해외수주와 실적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해외수주에서 총 48억6188만달러를 수주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23억5752만달러까지 떨어진 수주액을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극심한 해외수주 가뭄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 사장의 도전 정신과 끈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실적에서도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6조2682억원, 영업이익 51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8% 하락했지만, 내실 경영을 통해 영업이익이 4.0% 상승했다. 성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실적 개선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해외수주와 실적에서 조금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건설정보서비스 기준으로 지난해 총 49억5772만달러를 수주해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업계 1위 자리를 삼성엔지니어링(69억3871만달러)에 빼앗겼다. 화공플랜트 전문가로 해외 현장 영업 경험이 많은 성 사장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도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3542억원)이 전년(4062억원)보다 12.8% 하락해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4분기 실적까지 합쳐도 전년 영업이익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은 성 사장이 올해 꼭 해결해야 될 선결 과제다. 특히 화공플랜트 전문가 평판을 얻는 점에서 해외사업 회복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비친다. 지난 2017년 3월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김위철 전 사장을 성 사장으로 갑작스럽게 교체한 명분도 있다. 2016년 현대엔지니어링 해외수주가 급격히 하락했고, 해외 수주 현장에서 영업을 지휘한 경험이 많은 성 사장이 해외수주 확대 최대 적임자로 꼽혔었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업가치 제고는 그룹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해야 되는 상황으로 지난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68%, 11.72%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어떤 방식이든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는 현대건설과 합병이나 상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총수 일가가 현대건설과 엔지니어링 합병이나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 가치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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