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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게임산업)②반복되는 'IP' 재등장에 이용자는 지친다
PC 흥행 IP, 모바일 재탄생…'우려먹기' 논쟁 지속
콘솔·PC·모바일 동시지원, 멀티플랫폼 전략 부상
2019-01-11 00:00:00 2019-01-11 00: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8.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와이엇 청 수석 디자이너는 단상에 올라 수많은 블리자드 팬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청 디자이너는 "우리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친구, 가족과 어느 때보다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며 "디아블로 신작을 이용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은 모바일 기기"라고 말했다.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 '디아블로'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용자 반응은 싸늘했다.
 
10일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에 따르면 국내 게임이 1위부터 5위까지 석권 중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 넷마블 '블레이드앤소울(블소) 레볼루션'·'리니지2레볼루션',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웹젠 '뮤오리진2' 등이다. 모두 인기 PC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 게임이다. 특히 검은사막 모바일과 블소 레볼루션을 제외하면 리니지(1998), 뮤 온라인(2001) 등 출시 20년이 되는 PC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IP다.
 
넷마블이 지난달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사진/넷마블
 
인기 PC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은 기존 IP 이용자를 흡수해 출시 초반 좋은 성과를 거둔다. IP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향후 깊이 있는 개발도 가능하게 한다. PC게임의 모바일화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2017년 6월 출시된 리니지M은 출시 초반 일매출 70억원까지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일매출 약 23억원을 거두며 엔씨의 모바일 게임 시장 성공의 뒷받침이 되는 중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도 PC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엔씨가 올해 선보일 5종의 게임 모두 리니지·블소·'아이온' 등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다. 넥슨은 장기 흥행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해 '바람의나라', '크레이지아케이드' 등의 모바일 버전을 준비 중이다. 위메이드는 장르에 변화를 준 '미르의전설' IP 3종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은 반복되는 'IP 우려먹기'에 지쳐가고 있다. 2010년대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재편되며 국내외 게임업계는 PC온라인 흥행 IP를 모바일로 재탄생하고 있다. 단순히 PC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오는 데 그치지 않고 모바일 이용환경을 고려하고 세계관을 추가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또 하나의 양산형 모바일 게임에 불과하다"며 비난 수위를 높인다. 한동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측면에서 IP 확장을 노릴 수 있다"며 "기획 단계부터 이용자가 새로움을 느낄 차별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새로운 IP를 발굴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PC IP·MMORPG'를 중심으로 성숙 단계에 이른 모바일 게임에 활력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작을 출시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게임업계가 기존 IP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 특히 MMORPG 장르를 선보였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용자들이 과거 IP 게임에만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게임을 찾다 보니 새로운 장르·IP를 선보이려는 시도들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주류 장르로 평가받지 않더라도 출시를 시도하며 새 장르를 개척하려는 노력이다. 넥슨은 지난해 초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를 표방한 '야생의땅:듀랑고'를 출시한 바 있다. 넷마블은 올 상반기에 출시할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사진과 영상 등을 포함한 시네마틱 게임 'BTS월드'를 준비 중이다.
 
넥슨이 지난해 초 출시한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 '야생의땅:듀랑고'. 사진/넥슨
 
멀티플랫폼도 게임업계가 떠난 이용자 마음을 사로잡을 돌파구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다. PC·모바일·콘솔 등 각 플랫폼 이용자가 모여 하나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하나의 게임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합하는 것이다. 한동숭 교수는 "기기마다 지원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UI)가 다르다. 이용자가 각 기기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며 멀티플랫폼 전략을 설명했다. 일례로 해외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에픽게임즈가 글로벌에서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속해서 플랫폼을 확장한 데 있다"며 "국내 게임도 여러 플랫폼 이용자가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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