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2기 청와대 참모진의 키워드는 국정성과를 위한 '절문근사'(간절한 마음으로 묻고 가까운 곳부터 깊이 생각함)다. 바닥민심을 잘 아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소통과 협업을 통해 민생을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1기 청와대 멤버로 2017년 대선과정에서 외연을 확장하며 인연을 맺은 소위 '신문' 인사들을 중용했다.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1기 청와대 멤버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를 안착시켰고, '포용국가'라는 국정목표 설정 임무도 무사히 마무리했다. 그러나 20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청와대 기강해이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문 대통령의 선택은 '원조 친문인사' 카드다. 청와대 비서실 서열 1위인 비서실장과 2위 정무수석에 각각 자리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강기정 신임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하면서 업무 추진력도 강한 인사들이다. 이들을 통해 자연스레 국정장악력을 높이고 민심도 더 깊이 살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노영민 통해 그립 쥐고 분위기 쇄신
노영민 비서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 2017년 대선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 핵심인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2·8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주요 정치현안을 누구와 상의하냐'는 질문을 받고 "노영민 의원과 상의한다"고 답할 정도로 깊이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진 노 실장은 19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하면서 여야 의원들과 두루 친분을 쌓았고, 19대 국회의원 시절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모임) 등 다양한 당내 의원 모임을 주도했다. 원조친문으로 당내 중진들과의 소통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국정쇄신에도 적임자라는 평가다. 악화한 경제지표 등 영향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청와대 기강해이 사건이 잇따라 발생, 공직기강 확립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노 실장의 외교와 경제 역량 역시 높이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노 실장은 2017년 10월 문재인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임명돼 박근혜정부의 '사드배치 강행'으로 파행됐던 한중관계 복원에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노동운동을 하다 전기관련 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고, 17∼19대 국회의원 시절 지식경제위원회 위원과 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등을 역임해 실물경제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단있는 협상가 강기정
강기정 신임 정무수석은 2015년 문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합을 맞췄다. 당시 당내 비문진영의 공세를 막아내며 '문재인의 호위무사'로 불리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때 캠프 총괄수석부본부장을 맡았고,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사퇴 때도 후임 정무수석으로 거론된 바 있다.
강 수석은 17대부터 19대까지 내리 3선을 했지만 강성이미지가 강하다. 국회선진화법이 없던 시절인 2009년 이명박정부의 '미디어법 날치기'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관계자와 몸싸움을 했고, 2010년 '4대강 예산 날치기' 저지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6년 2월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의원이라고 낙인찍히지 않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2007년 여당의원 시절 야당과 협상을 주도해 국민연금법-기초노령연금법을 통과시키고 2015년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을 맡아 여당과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면서 협상력을 인정받았다. 청와대 측은 "특유의 책임감과 검증된 정무 능력을 바탕으로 국민, 야당, 국회와 늘 소통하며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성공적 운영, 그리고 협치를 통한 국민대타협의 길을 여는데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깜짝발탁' 윤도한, 대국민 소통 강화 집중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은 1985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30년 이상 언론계에 몸담은 전통 언론인이다. 문재인정부와 딱히 내세울 인연이 없는 '깜짝인사'다. 당초 신임 소통수석에는 김의겸 대변인의 승진인사가 유력했지만 막판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윤 수석이 MBC에서 노조 활동을 하던 시절 전국언론노조 상근자였던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친분을 쌓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수석은 MBC 노조 2기 집행부에서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홍보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역 기자시절 '친일인명사전 관련 법안을 방해하던 국회의원들 실명 보도', '삼성 불법 경영 승계 보도' 등 다양한 사회 부조리에 문제제기를 한 언론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점이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맞아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이번에 퇴임하는 '청와대 1기' 인사들은 2020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재선 의원 출신인 임종석 실장은 서울 종로나 중구 출마가 거론된다. 17대 초선의원 출신인 한병도 정무수석 역시 출마가 유력하다. 윤영찬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입각설과 경기 성남 지역에서 총선 출마 관측이 나온다.
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등 신임 수석들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사 발표를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강기정 신임 정무수석,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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