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목에 서명하고 함께 궤도연결…착공식서 손 맞잡은 남북
실향민 참석자 "기차 타고 고향갈 수 있길"…중국 대사 "기차로 베이징 가는날 고대"
2018-12-26 17:47:37 2018-12-26 17:47:37
[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은 국제사회 대북제재 등 난관을 뚫고 어렵사리 성사됐다.
 
착공식에 참석한 우리 측 인원들은 오전 6시48분 특별 편성열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과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박재규 경남대 총장,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등 남북관계 전문가를 포함한 100여명이 기차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출발 전부터 착공식은 물론 향후 철도·도로연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김금옥 할머니는 취재진을 만나 “실향민들이 기차를 타고 당신들 고향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밝혔다. 2007년부터 1년간 운행한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로 근무한 신장철씨도 “경의선 운행이 끊긴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언제 거기를 한 번 가볼까 싶었다”며 “좋은 기회가 생겨 가게되니 어제 밤잠도 설치고 나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손에는 <서울↔판문>이라고 적힌 승차권이 들려 있었다. 왕복 운임은 1만4000원. 접이식 승차권 안쪽 면에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참석자들은 경기 파주 도라산역에서 20분간 출경심사를 받았으며, 오전 8시34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9시쯤 판문역에 도착했다. 우리 측 참석자들을 태운 기차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참석자 100여명을 태운 기차와 마주보고 정차한 모습도 포착됐다.
 
착공식 행사는 10시 정각 시작했다. 본 행사에 앞서 남북 주요 인사들이 9시40분에 만나 20분간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리선권 위원장이 ‘철도·도로연결은 남북이 함께 가는 의미가 있다. 오늘 참여한 분들이 친목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과거 만난 적이 있던 남북 인사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들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한반도 주변국에서 온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지금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철도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과 평양이 이어지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베이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은 김정렬 국토부 2차관과 대화 중 “한국을 통해 북한에 가서 기쁘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착공식은 개식 공연을 시작으로 남북 대표 축사, 침목 서명식, 궤도 체결(연결)식, 도로표지판 제막식, 기념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축사 후 진행된 침목 서명식에서 김현미 장관은 ‘함께 하는 평화번영 함께 하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동·서해선 북남(남북) 철도·도로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기념하며’라고 각각 적었다. 이후 궤도 체결(연결)식에서는 우리 측에서 김정렬 차관, 북측에서 김 부상 등 남북 인사 10명이 짝지어 철로에 선 후 함께 봉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도로표지판 제막식에서는 가려진 막을 걷어내자 왼쪽에 서울, 오른쪽에 평양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침목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석자들은 행사 종료 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기념촬영을 했다. 북측 대표로 참석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착공식 소회를 묻는 질문에 “감개가 무량하다”며 “(실제 공사착수 시점은) 남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착공식 후 우리 측 참석인원들은 인근 오찬장소로 이동해 점심식사를 했다. 김 장관은 “남북 간 도로와 철도가 실질적으로 연결돼서 사람·물자가 오가는 세상, 북한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남북 철도·도로연결을 처음 시작할 때 사업담당 국장이자 남북협상 대표였다. 2003년 6월14일 남북 철도 연결식을 군사분계선 내 장단역에서 한 적이 있다”며 “오늘 착공식을 계기로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철도·도로 연결을 진행해 다음 번에는 철도로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측 참석자들은 식사 후 곧바로 판문역을 출발해 오후 1시33분 귀환했다.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연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단·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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