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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언니’ 이시영, 한국의 액션 여제 꿈꾸는 그녀
복싱 국가대표 출신 경험, 액션 도움…“거의 대부분 직접 연기”
‘언니’ 현실적 액션 소화…“이젠 할리우드 스타일리시 액션 원해”
2018-12-24 00:00:00 2018-12-24 11:03: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상 대체재가 없다. 여성 원톱 액션을 구상할 때 주인공을 누구로 해야 할까. 몇 명의 후보자가 떠오를 수 있다. 그 가운데 배우 이시영은 0순위다. 어떤 경우에서든 이시영은 가장 먼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후보다. 국가대표 복싱 선수 출신이란 운동 신경만 봐도 그렇다.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운동 선수에서 배우로 데뷔한 케이스가 아니다. 그 반대다. 한 드라마 단막극 준비를 하면서 캐릭터를 위해 복싱을 배웠다. 그게 국가대표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실업팀에 소속돼 운동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케이스는 전 세계에서 이시영이 거의 유일하다. 이런 천부적인 운동 신경 탓에 영화 언니속 주인공 인애를 구상하면서 이시영 외에는 달리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을 법한 제작진의 선택이 무조건 수긍될 수 밖에 없었다. 이시영의 국가대표급 액션 스타일은 제작진의 선택이 잘못이 아님을 증명했다.
 
배우 이시영.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지난 주 언론시사회 바로 다음 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시영과 만났다. 전날 언론 시사회에서 쏟아진 소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에 대해 약간(?)의 부담감을 드러냈다. 영화 언니 2년 전 촬영과 작업이 마무리됐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서야 개봉을 하게 됐다. 큰 규모의 영화도 아니며 소재적으로 자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영화적으로 통쾌함을 봐주길 바란다는 입장이었다.
 
감독님이 한 시사 프로그램에 나온 사건을 보고 이번 얘기를 만들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제목도 오뉴월이었어요. ‘오뉴월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이란 옛말에 따왔다고 하시던데. 하하하. 그러다 촬영을 마치고 언니로 명확하게 제목이 변경됐죠. 시간이 좀 지나서 영화 속 소재나 방식이 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해요. 요즘 워낙 강력사건이 많고, 현실이 영화를 넘어선지 너무 오래됐잖아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 통쾌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이시영은 전직 경호원 출신이지만 불미스런 사고로 인해 교도소에 다녀온 전과자 신분이다. 캐릭터 설정 상 액션은 필수적이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서도 회제가 된 이시영의 액션이다. 단순한 타격감의 액션이 아니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타격음이 엄청나다. 꺾고 누르고 구르는 그래플링 액션도 상당히 많다. 영화 전체의 액션을 100% 이시영이 소화했다.
 
배우 이시영.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언니를 보시면 가장 눈에 들어오실 장면이 액션이에요. 하하하. 영화 전체 분량의 80% 이상이 액션으로 구성돼 있어요. 그 분량 가운데 제가 또 80% 가량을 직접 소화했죠. 사실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힘든 건 잘 모르겠더라고요. 대신에 한 여름에 찍어서 너무 더워 죽을 것 같았어요. 때리고 치고 받는 건 복싱 경험(8)과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익힌 게 도움이 됐는데. 그래플링 기술은 정말 새로운 세상이더라고요.”
 
그가 말한 그래플링 기술, 주짓수기술은 격투기 분야에선 여성이 남성을 제압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로 주목을 받는다. 상대와 붙어서 관절을 비틀고 꺾는다. 사실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수련을 한 이시영은 가장 위험한 운동이자 격한 운동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화 속 자신이 연기한 인애의 캐릭터 성격 상 타격 계통의 액션보단 그래플링 위주의 액션을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고.
 
감독님과 상의를 통해 타격 보단 조르고 꺾어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인애가 무슨 킬러나 깡패 아니면 사람을 제압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 경호원이었잖아요. 누군가를 보호하는. 때리는 성격의 액션은 아닌 것 같다고 액션 감독님도 의견을 주셨죠. 그래서 3개월 정도 주짓수를 배웠는데. 이건 완전 신세계더라고요. 아니 3개월로는 명함도 못 내밀 운동이었어요. 그리고 직접 경험해 보니 진짜 위험한 기술들도 많고. 체력적으로 여자가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이란 게 정말 맞는 것 같았죠.”
 
배우 이시영.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여성 액션 영화에 대한 매력에 목말라 있던 이시영에게 언니의 출연 제안은 너무도 달콤했다. 그래서 액션 연기 거의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해 냈다. 총 망치 하이힐 그리고 고난도 카체이싱까지 직접 연기를 했다. 제작진의 만류에도 그는 직접 하기를 자처했다고. CG나 와이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단다. 타고난 운동 신경이 도움이 됐지만 그는 상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체력을 좀 타고 난 것도 분명히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거의 대역 없이 소화를 한 건 저의 능력이라기 보단 그 시간 동안 절 배려해주고 잘 받아 준 상대 배우 분들의 공이 가장 커요. 김원해 선배와의 액션 장면을 찍기 위해 28시간 인가를 찍은 것 같아요. 거의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는 대도 불구하고 원해 선배가 계속 괜찮다. 괜찮다라며 절 다독여 주셨어요. 최진호 선배도 마찬가지였고요. 진짜 저의 능력이 정말 아주 작아요. 상대 배우들의 공이 가장 커요.”
 
액션에 대한 갈망이 이 영화의 출연 결정으로 이끌어 간 이유로서 가장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남았던 그 강렬한 한 장면이 이시영을 언니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 역시 그 강렬함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장면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영화 언니의 상징과도 같은 그 장면이다.
 
배우 이시영.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멋지다고 해야 할까.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뭐라고 할까. 설명이 좀 안 되는 데. 영화 오프닝에서 등장한 빨간 드레스에 하이힐과 공사장에서 쓰는 큰 망치를 들고 들어가는 그 모습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데 너무 강렬했어요. 사실 그 빨간 드레스와 하이힐에 대한 반감이라고 할까. ‘굳이 왜?’란 의문이 들었죠. 액션 감독님도 반대를 하셨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밀어붙이셨죠. 나중에는 인애에게 그 빨간 드레스와 하이힐에 대한 의미가 색다를 수 있었겠다 싶더라고요. 수긍이 됐죠.”
 
언니개봉으로 액션에 대한 로망을 풀어냈다. 하지만 아직도 더 하고 싶단다. 조금 더 스타일리시하고 더 멋들어진 배역도 하고 싶단다. ‘언니가 현실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을 담아냈다면 이제는 좀 더 스타일이 살아 있는 역할도 꿈꾸고 있다고. 그는 할리우드 영화 아토믹 블론드를 거론하며 머리 속에서 그리고 꿈꾸는 스타일을 전했다. 그 모습이 설레이는 어린이의 모습처럼 해맑았다.
 
배우 이시영.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아토믹 블론드너무 멋지잖아요. 저한테도 기회가 온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액션의 이미지가 가장 많이 나오더라고요. 전 지금까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도와달라’ ‘사랑해 달라는 말씀을 거의 해 본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뭐랄까.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액션, 여자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통쾌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점보단 그저 대리 만족을 느끼셨으면 해요. 정말 즐겁게 통쾌하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그것만은 진짜 자신합니다(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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