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허수영 작심발언 "롯데, 일본기업 아냐…오해 말아달라"
신격호·신동빈 직접 언급하며 "롯데케미칼 성장 뒷받침" 강조
2018-12-20 16:38:10 2018-12-20 16:38:10
[뉴스토마토 조승희·최병호·양지윤 기자] "42년 10개월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여한이 없습니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사진)이 43년 가까이 몸 담은 석유화학 업계를 떠나며 소회를 밝혔다. 허 부회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총회 직후 언론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허 부회장은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롯데케미칼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업계의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여한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그동안 공을 들여온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프로젝트의 완공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내심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주에 3조원 넘게 투자해 ECC 설비를 짓고 에틸렌 원료 다변화에 나섰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미국 프로젝트 준공식이 내년 5월쯤 열리는 데 그걸 못볼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협회 총회 직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허 부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1996년 회사 내 비전팀장을 맡을 당시를 꼽았다. 그는 "1995년말 5000억원 규모였던 롯데케미칼의 매출이 현재 20조원으로 규모가 40배 정도 커졌다"라며 "당시 10년 후 매출 목표가 3조원 이었는데, 이를 2003~2004년에 앞당겨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지원이 상당히 도움이 됐다"며 "당시 차입금을 줄이라는 총괄회장님의 주문이 있었고,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차입금을 줄이면서 1997년 금융위기에 경쟁사들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롯데케미칼은 잘 견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이 된 이후에 롯데케미칼이 인수합병(M&A)과 글로벌화를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고 치켜세웠다.
  
허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항상 롯데를 일본기업이라고들 한다. 물론 회장님이 일본에 계셨지만, 현재 한국의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그룹의 25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지고 가지 않았다. 즉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한국에 헌신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지주사 체제로 형태도 많이 바뀌었고, 일본 기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롯데케미칼이 지난 8월 창사 이래 첫 TV 광고를 진행한데 이어, 10월에도 새로운 TV 광고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허 부회장은 "롯데를 자꾸 내수기업이라고 하는데, 롯데케미칼만 놓고 봐도 절대 내수기업이 아니다. 수출을 포함해서 전체 사업의 60~7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런 점들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알릴 필요성이 있었다. 또 제조기업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식품 제조는 왜 제조라고 안하시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석유화학 업계의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특히 이번달 말 주52시간 근무 준수의무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 석유화학업의 특성과 맞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4년에 한 번 정도 진행하는 보수에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인력이 모자라니 신입사원을 투입하거나 퇴임직원까지 임시로 고용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게 과연 안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4년에 한 번 있는 일을 위해 오퍼레이터를 더 채용한다면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외국처럼 단위기간을 1년 정도로 늘려줘야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좀 쉬면서 여행도 다니고, 그동안 마누라한테 못했던 것에 대해 보상도 해야죠"라며 웃었다.
 
조승희·최병호·양지윤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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