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수협은행의 법인세 감면 숙원 사업이 올해도 물 건너갈 전망이다. 어업인 지원과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위해 세재 개편이 필요하지만,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협은행은 임시 국회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사진/백아란기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지난 하반기부터 잇달아 국회를 방문하며 ‘수협공적자금상환촉진법(이하 손비인정법안)’ 통과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적자금을 단시간 내에 상환하고, 수협 본연의 기능인 어업인과 수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수협은 지난 2001년 총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으며, 수협중앙회는 매년 수협은행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환된 공적자금은 올해 9월말 기준 1227억원으로, 수협은 나머지 자금을 2028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작년 12월 취임 당시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내걸었던 이 행장은 올해 안에 손비인정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왔다. 이 결과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세전)은 253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당초 목표한 3000억원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은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상환용 배당금에 대한 손비 인정(지출을 경비로 인정)을 받으면 공적자금 상환 역시 4~5년으로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법인세(24.2%) 감면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과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각각 작년 9월과 올해 10월 수협은행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당금을 해당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하도록 함으로써, 수협은행의 수협중앙회에 대한 배당을 촉진하고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 상환을 조기에 완료해 본연의 어업인 지원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기 국회가 끝날 때까지 해당 법안은 계류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어업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협은행의 경우 타 금융기관과 달리 현금으로만 매년 원금을 갚아나가야 하는데다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되는 이익이 손비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어업인과 수산업 지원에 투입될 여유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수협이 한국세법학회에 용역 의뢰한 ‘공적자금 조기상환 관련 세제개선 연구’를 보면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에 배당금을 내는 과정에서 법인세(24.2%)가 공제되면서 실질적으로 차입한 공적자금보다 2000억원 가량을 더 벌어들여야 한다.
또 수협은 결손금 보전 없이 공적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다른 금융기관과는 달리, 2001년부터 10여년간 약 1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결손금을 보전한 이후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공적 자금 상환 전까지 은행수익을 통한 수협 고유사업 지원이 불가한 셈이다.
연구를 맡은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는 “수협의 조직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금융기관 대비 공적자금 상환 방식이 불합리 하다”며 “세제 혜택이 아닌 조세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협은행은 조세특례 입법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지속 추진하다는 계획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법인세 세액감면에 대한 조세특례는 수산업 등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업부문에 대해 정부의 정책실현 목적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정부와 국회를) 계속해서 설득하고 입법을 타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재위 소속 야당 한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끝났기 때문에 소위원회 일정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면 그때 다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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