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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차부품' 위험 현실로…구조조정 대수술 불가피
"금융권 전이 위험 크지 않지만 한번에 터지면 은행도 위험"
2018-12-11 18:23:55 2018-12-11 18:23:5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의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금속기계, 자동차부품 관련중소기업의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조선과 철강 중소기업의 부실징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구조조정 대상 기업수는 작년보다 9개 감소했지만 중소기업 중 퇴출 대상에 오른 기업은 전년보다 19개 급증한 132개에 달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이 한 번에 쏟아질 경우 금융권에도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실징후 중소기업수가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 기준이 예년보다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기업들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실시하던 예년 평가와 달리 이번에는 올해 재무제표를 반영했다. 올들어 기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해 지난해 재무제표로는 기업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는 조선업이나 자동차업종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금속기계와 자동차부품, 부동산 관련 중소기업은 부실 우려가 여전했다. 금속가공(22개사), 기계(20개사), 도매·상품중개(18개사), 부동산·자동차부품(각 14개사) 등의 순으로 부실징후 기업이 많았다. 전년 대비 부실징후 기업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조선·철강 중소기업의 부실 징후가 뚜렷했다. 철강·조선업은 관련 산업의 수요 감소 영향으로 부실징후 기업이 전년 대비 5개사가 늘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조선업과 자동차 등 등 취약업종이 구조조정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 지난해말엔 어려움이 크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완성차 업체의 경영난이 전이된 측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구조조정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등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 유도할 방침이다. 전체 기업 여신에서 자동차와 조선사 협력업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산업별 대출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자동차 및 트레일러) 산업과 조선업을 포함하는 기타운송업의 은행 대출은 지난 3분기 기준 48조원 수준이다. 제조업 대출 342조원 중에서는 15% 남짓으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꺼림칙하게 여기는 부분은 구조조정 속도다. 은행들이 부실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둔 상태지만 위기상황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병목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거듭 '비 올 때 우산 뺏지 않기'를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취업업종의 대출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자동차부품업체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에도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체를 들러 정책금융 지원을 당부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이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취약업종 실태 파악을 마무리한 만큼 이달 중으로 다른 부처와 취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 부품업체의 여신을 쥐고 있는 채권단은 단기 금융지원 외에 재무건전성이 좋은 기업을 추려내는 작업이 선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는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수술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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