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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공판…'공소장일본주의 위반' 두고 '혈투'
임종헌 전 차장 측 "공소기각해야"…검찰 "실체규명 포기하란 말이냐"
2018-12-10 17:40:21 2018-12-10 17:40:2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과 검찰이 첫 공판부터 첨예하게 대립하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1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임 전 차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예단 유도의견 광범위하게 나열"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이날 "공소장을 보면 법관 판단에 예단을 생기게 하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나열됐다"며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으므로 공소 기각이 선고돼야 한다. 재판부에서 공소장을 면밀하게 챙겨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검찰이 공소장 안 제목과 세부제목 등을 로마자로 표시해 공소사실을 설명한 부분 ▲위안부 소송 개입 공소사실에서 위안부 사건이 현재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적시한 부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개입 공소사실에서 검찰이 재판의 정당성·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사건이라고 기술한 부분 등을 지적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에 한해 공소기각 판결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판례를 예로 들어 부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이번 사건은 수년에 거쳐 은밀하게 이뤄져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 여러 정황 등을 기재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공소사실 실체를 밝히는 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기록 열람·등사 놓고도 대립
 
임 전 차장 측과 검찰은 기록 열람·등사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전체 기록 중 40%만 열람·등사를 허용했는데 의미 없다. 증거라는 것은 진술 조서와 서증을 연결해 봐야 의미가 있다. 40%만으로는 사건 실체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저희는 전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 측에서 전혀 열람·등사를 안 하고 있는데 일단 열람·등사를 한 뒤 확인을 하고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말씀해주길 바란다. 마냥 저희가 전체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열람·등사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고 발끈했다. 
 
일단 재판부는 임 전 차장 변호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2회 준비기일 이전까지는 전체 열람등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검찰에서 협조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은 "증거를 다 제출하라고 하면 현재 피고인 여죄 및 상·하급자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저희 상황도 감안해서 판단해주셨으면 한다"고 거듭 재고를 바랐다. 
 
"수사 중인 점 감안해달라"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후 지난해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사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우선 2013~2016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 관련해 박근혜 청와대와 만나 당시 박근혜 정부 의중인 소송 연기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한창 주목받던 2016년 말 청와대 요청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한 혐의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관련해 행정소송 서류를 대신 작성하고 청와대를 거쳐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혐의와 대법원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용비 명목으로 확보한 예산 3억5000만원을 유용한 혐의 등도 함께 받고 있다. 
 
19일 오후 2시 2차 공판준비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네 차례 소환 끝에 지난 10월23일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직무유기·특가법상 국고손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후 2시이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후 첫 번째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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