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열망을 직접 민주주의로 구현해야"
임채원 교수 "포용국가 추진 위한 정치혁신 필요"
2018-11-29 17:45:10 2018-11-29 18:07:0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시민의 정치참여 의지를 직접 민주주의로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직업 정치인들의 득세로 주권자인 시민의 목소리가 묻힌 대의 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직접 민주주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9일 서울 명동 서울로얄호텔에서 열린 '제2회 글로벌 평화포럼-촛불혁명 이후의 평화와 민주주의'에서는 시민발의와 국민투표제 도입, 직접 민주주의 정신을 담은 개헌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정치를 혁신하자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직업 정치인이 생겨난 이후 시민은 정치를 예민한 영익이라고 생각,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제하며 주권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이 정치를 가십거리로 여기는 데서 벗어나 '참여의 정치'를 복원, 직접 민주주의를 적극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민주주의 도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촛불혁명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열망과 잠재력을 증명했다"며 "직접 민주주의 정신을 헌법에 담아 국가번영의 기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가로 초청된 브루노 카우프만 '현대직접민주주의글로벌포럼' 공동창립자는 직접 민주주의가 일상의 정치영역에서 구현 중인 스위스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카우프만씨는 실제래도 스위스 출신이다. 이 나라는 1800년대부터 직접 민주주의가 정착, 현재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직접 민주주의가 운용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카우프만씨는 "스위스 국민은 직접 민주주의를 매우 중요한 제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많은 안건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면서 "비록 시민발의가 국민투표로 통과되는 일이 많지 않지만, 투표에서 진 사람도 승복하고, 이긴 사람이라도 겸허하게 민의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사회를 더 발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광범위한 회의에 대해 민주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시민의 목소리를 매일 듣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개혁과 '피플 파워'의 제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데이비드 알트만 폰티피컬 칠레가톨릭대학 교수도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직업 정치인들이 정치 양극화를 유발하고, 시민은 선거에서 자신의 선호가 무시되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폐단이 있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명동 서울로얄호텔에서 열린 '제2회 글로벌 평화포럼-촛불혁명 이후의 평화와 민주주의'에서 임채원 경희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직접 민주주의에 관한 우려 중 하나는 정치의 아마추어인 시민에 의해 정치가 주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핀란드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 직접 정치인이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는 엘리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핀란드에서 의회제도를 공부한 서현수 서울대 교수는 국민투표 과정 없이 시민이 직접 의회에 의제를 발의하는 핀란드 정치를 소개했다. 그는 "직접 민주주의는 핀란드에서 제3의 입법 의제설정 채널로 정착 중"이라며 "의제 발의 후 6개월 이내에 18세 이상 유권자의 1.2%(5만명)가 서명하면 의회에서 안건을 다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발의된 주요 안건을 보면 ▲모피산업 금지 ▲동성결혼 합법화 ▲스웨덴어 선택과목화 ▲음주운전 처벌강화 등"이라며 "정치적 다양성과 다이내믹함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표는 이날 행사를 총괄 준비한 임채원 경희대 교수가 진행했다. 그는 앞서 나온 주제들을 정리한 후 "2016년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는 전환점에 섰는데, 지금까지 정치는 혁명의 열망을 제도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국민 청원제도를 넘어선 시민발의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사회가 촛불혁명의 열망을 이어가려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분배를 개선한 '포용국가'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는 대의 민주주의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이달부터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 주권개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1월1일부터 제가 활동하는 대한공공정책학회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주권적 개헌운동'을 시작했다"며 "운동 1년째가 되는 내년 11월1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우리나라 5000만 국민 중 5%인 250만명 의 서명을 받아 헌법 개정안에 직접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발안과 국민투표 제도 내용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추가할 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2% 이상이 시민발의로 등록한 의안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국민투표에 올리며, 법적 효력은 법률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행사는 대한공공정책학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주관했다. 국내에서는 김종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국장, 서현수 교수, 안성호 원장, 이진순 비영리공익재단 와글 이사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임채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해외에서는 브루노 카우프만씨, 데이비드 알트만 교수, 리창린 대만 국립중흥대 교수가 참석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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