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필바라=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포트헤들랜드(PortHedland)에서 두 시간여 차를 타고 도착한 ‘필간구라(Pilgangoora) 리튬-탄탈륨 광산’(필간구라 광산).
현장 견학에 앞서 브리핑과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잠시 들른 사무실 건물 바깥에서 갑자기 모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두 손으로 잡을 정도로 가늘었던 모래 회오리 바람은 수 초 만에 거대한 기둥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건물 주변을 지나갔다. 당황해 하는 기자의 표정에 소리내며 웃던 직원들은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겪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했다. 고온건조한 기후와 회오리바람을 피할 만한 그늘도 없는 황량한 초원의 한복판. 철강업체에서 종합소재업체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는 포스코는 이곳 필간구라 광산에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리튬원광 최대 연 24만톤 장기구매 가능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의 포트헤들랜드에서 남동쪽 120km, 포스코가 투자한 로이힐(Roy Hill) 광산에서 북서쪽으로 1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필간구라 광산은 하루 뒤인 16일 종합 준공식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광산의 어느 한 구석에도 준공식을 알리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지 않았고, 준비하는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후에 들은 바로는 조용히 행사를 치뤘다고 한다.
로이힐 광산과 마찬가지로, 필간구라 광산 또한 한국 언론에게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지난 2월 필간구라 광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필바라 미네랄스(Pilbara Minerals, 필바라)와 회사 지분 4.75%(7950만호주달러, 약 650억원)와 이에 상응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포스코 단독사업 추진시 8만톤 이상, 상호합작(JV)시 연간 24만톤(탄산리튬 3만톤 생산 가능 분) 이상의 리륨정광을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켄 브린스덴 필바라 최고경영자(CEO)가 15일(현지시간) 필간구라 광산 사무소에서 광산 현황을 브리핑 하던 중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원광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명석 기자
이성원 포스코 사업기획PJT팀 팀장은 “필바라와 함께 오는 2020년에 연산 3만톤 이상 규모의 탄산·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전라남도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준공할 계획이다”면서, “필바라측과 JV 설립을 협의 중이며,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내년 6월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합작기업 지분의 70% 및 운영권을 가지며 필바라가 지분 30%를 소유한다.
이날 켄 브린스덴 필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광산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켄 CEO는 “필간구라 광산은 채굴비용이 경쟁 광산에 비해 낮고, 원광의 품질이 좋은데다가 수명도 최장 30년까지다. 포트헤들랜드의 우수한 항만시설과 인프라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긴 시간 동안 포스코에 좋은 품질의 원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 성분 1% 원광이 6.5% 정광으로
버스를 타고 센트럴 핏(Central PIT)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필간구라 광산내 6개 핏 가운데 몬스터 핏(Monster PIT)에 이어 두 번째로 채굴 작업에 들어갔다. 로이힐 광산과 마찬가지로 필간구라 광산 또한 노천탄광이다. 이날 센트럴 핏은 드릴링 한 구멍에 폭탄을 집어넣어 폭파한 뒤 나온 지표면 흙(웨이스트, Waste)을 치우기 위해 굴삭기와 리지드 덤프트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지면 아래로 30m까지 팠으며, 330m까지 리튬원광을 캐낼 수 있다고 한다.
15일(현지시간) 필간구라 광산에서 리튬원광 채굴 광구인 ‘센트럴 핏’에서 굴삭기와 리지드 덤프트럭이 지표면 흙 ‘웨이스트’를 실어나르고 있다. 뒤에는 드릴링이 구멍을 파고 있다. 사진/채명석 기자
채굴한 리튬원광은 크기도 일정치 않고, 리튬 함량이 1%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리튬원광을 파쇄회로(Crushing Circuit)로 옮겨 30mm 크기로 잘게 파쇄 해야 한다. 파쇄한 리튬원광은 하늘로 향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올라갔다가 비축고(Stockpile)에 떨어뜨린다. 비축고 땅속에 설치한 경로로 이동한 리튬원광은 여과기를 통해 두 가지 공정으로 나눠 리튬정광으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는 중액을 사용해 무거운 불순물을 분별, 제거하는 ‘중액선탄(HMS, Heavy Media Separation)’ 공정을 두 차례 실시해 리튬 함량 6.5% 이상의 리튬정광을 만든다.
두 번째는 리튬원광에 들어있는 주요 원소 가운데 하나인 탄탈륨을 함께 추출하는 것이다. 고속 회전하는 숫돌차로 공작물의 표면을 깎는 연삭가공(Grinding)을 한 리튬원광을 중력 회로(Gravity Circuit)라는 장치에 집어넣어 탄탈륨과 리튬 성분으로 분류한다. 이후 각각의 추가 공정을 거쳐 탄탈륨과, 리튬 함량 5.9~6.2%의 리튬정광이 추출된다.
포스코가 구매하는 리튬정광의 순도 기준은 리튬 함량 비중 6.0%다. 이 정도가 되어야 투입 대비 경제성 있는 양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으로 만든 리튬정광을 전량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두 번째 방법으로 만든 리튬원광은 리튬함량이 약간 낮다는 이유로 폐기하기엔 품질이 좋다. 따라서 켄 CEO는 “포스코에 공급하는 리튬원광의 리튬함량은 6.0% 이상이 되도록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든 리튬원광을 적정한 비율로 혼합한다. 경쟁 광산보다 고순도의 니켈정광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필간구라 광산에서 파쇄회로에서 30mm 크기로 잘게 쪼개진 리튬원광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비축고에 쌓이고 있다. 사진/필바라
2단계 프로젝트 개시, 내년 말부터 연 50만톤 생산
필바라는 필간구라 광산을 두 단계에 걸쳐 개발한다. 1단계 프로젝트는 리튬정광 연 생산 33만톤 규모로 2017년 1월에 시작해 지난 7월에 완료했다. 10월2일 첫 양산품을 생산해 포트헤드랜드를 통해 북아시아에 위치한 파트너사에 수출했다. 중국 리튬 베터리 산업에 리튬 소재를 공급하는 중국 제너럴리튬(General Lithium)과 6년간 연 14만톤, 통합 리튬 생산업체인 간펑리튬(Ganfeng Lithium)과 10년간 연 16만톤의 계약을 체결했다.
2단계 프로젝트는 리튬정광 연 생산규모를 50만톤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1단계 프로젝트 완료 직후 시작됐다. 켄 CEO는 “2019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작사업이 실현되면 포스코는 이 가운데 연간 최대 24만톤의 리튬정광을 필바라로부터 구매할 수 있다. 또한 필바라는 중국 최대 픽업 및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제조업체인 그레이트월모터(Great Wall Motor Company)와 연간 7만5000톤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필간구라 광산의 공식 리튬 매장량은 252만톤이다. 회사측은 측량을 할 때마다 매장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생산규모의 추가 확장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리튬원광을 두 번의 ‘중액선탄(HMS)’ 공정을 거쳐 생산된 리튬 함량 6.5% 이상의 고순도 리튬정광이 저장고에 쌓이고 있다. 사진/채명석 기자
필바라는 포스코가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리튬사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팀장은 “안정적인 리튬원광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모색해 왔는데, 필간구라 광산은 사실상 노력이 거둔 첫 성과다. 이를 통해 리튬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합작공장이 설립되면, 그곳에서 생산한 리튬을 활용해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포스코-화유코발트·양극재 생산법인·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호주 필바라=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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