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조선업계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잇따라 조선업이 부활하고 있다고 발표를 한 데 대해 난감한 표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살아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너무 부담스럽다"며 "정부가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선업 부활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다. 올 1~10월까지 한국의 수주량은 224척·1025만88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44.5%의 점유율을 기록, 중국(341척·710만193CGT, 점유율 30.8%)과 일본(125척·266만7087CGT, 11.6%)을 크게 따돌렸다. 연말까지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올해 수주량이 증가한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시황이 좋아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이 부문에 영업을 집중한 결과”라면서 “조업도 지난해 말 수주한 물량이 설계 등 세부항목을 결정한 뒤 10월 이후부터 건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정부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장의 지표가 반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선’이라고 말할 순 있어도 ‘부활’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여전히 내년 이후 업황을 걱정하고 있다. 반도체 착시현상처럼 조선에서도 LNG 착시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VLCC), 초대형광탄석운반선(VLOC) 등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강점을 갖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종과,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과 같은 중형 조선소들에 특화된 선박 발주는 사실상 중단됐다. 내년에 발주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선가도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도 연기 또는 중단됐다. LNG 시황이 급락하기라도 한다면 또 다시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나마 수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지금이 지난 3년여 동안 추진해 온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적기지만 이조차 노조의 저항에 막혀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향후 일이 몰리는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렇지 못한 부서는 축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인력조정은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구조조정을 촉구한 정부가 먼저 샴페인을 터트리는 바람에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데 왜 사람을 자르냐는 분위기가 됐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조선업 지원이 국가간 통상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업계로서는 걱정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조선업계에 공적자금을 지원한 한국 정부의 조처가 부당한 보조금 지원에 해당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제소한 데 이어 20일에는 유럽연합(EU)이 일본 정부가 요청한 WTO 분쟁해결 절차상의 양자협의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양국 정부와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전달했다.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 2002년에 이어 또 다시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발표 내용을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오히려 구조조정의 효과라고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위기에 빠진 일본과 EU의 심기를 건드렸다”면서 “이러면 불똥은 기업에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