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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비범한 결과를 낳는 평범한 정책
2018-11-20 06:00:00 2018-11-20 06:00:00
정책을 만들 때 좋은 결과를 원하지 않는 정책 입안자는 없다. 좋은 결과를 넘어 비범하고 엄청난 결과를 낳아 사회가 확 바뀌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책 입안자들은 좋은 정책, 비범한 정책, 아주 참신한 정책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잊으면 안된다. 비범한 결과를 낳는 것은 참신한 정책이 아니라 평범하고 오래가는 정책이다. 
 
비범한 정책, 세상을 확 바꿀 완전히 새로운 정책은 매우 드물다. 시대의 변곡점에서 몇몇 천재들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다. 시대의 변곡점이 아닌 때에도, 천재가 없는 시대에도 우리들은 살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좋은 정책으로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해야 한다. 수십 년에 한번 나올 수 있는 비범한 정책을 찾아 헤매는 것은 마치 토끼가 나무에 부딪혀 우연히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비범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사정이 매우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좋으면 비범한 정책은 필요 없다. 상황이 악화되면 사람들은 비범한 정책을 찾아 헤맨다. 마치 불리한 바둑에 묘수가 필요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공부비법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이미 상황이 악화되어 있다면 비범한 정책은 나오기 어렵다. 나오더라도 좋은 결과를 내기는 더욱 어렵다. 미리 나쁜 상황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비범한 결과를 낳는 좋은 정책은 대부분 평범한 정책이다. 개인과 공동체, 국민과 국가를 안정시키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특별한 비책이 없다. 옛날부터 수많은 정책이 제안되어 왔다. 동양에서는 대학(大學)으로 좋은 정책의 근본 철학을 밝혔다. 대학의 목표는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천하를 안정되게 하는 것(平天下)에 있었다. 
 
비범한 결과를 낳는 평범한 정책, 좋은 정책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냥 평범한 정책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비범한 결과를 낳는 좋은 정책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보편성은 구체적으로 다수를 대상으로, 장기간 시행할 수 있는, 국제기준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기준을 제시하는, 그 결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비범한 결과를 낳는 평범한 정책, 좋은 정책은 다수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로 대표되는 공동체의 임무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제, 생활임금제, 사회보장, 복지가 중요하다. 이들 정책은 절대 다수를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시행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익숙하고 평범한 정책이지만 비범한 결과를 낳는 정책들이다. 계속 강화해야 한다.
 
둘째, 비범한 결과를 낳는 평범한 정책, 좋은 정책은 국제기준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기준을 제시하는 정책을 말한다. 국가권력과 인권에 관하여 말하면 국가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고 인권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현재 진행되는 검경수사권 조정, 사법개혁, 형사공공변호인정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정책들 역시 평범해 보인다. 당장의 비범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제기준에 맞기 때문에 오래가고 훌륭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셋째, 비범한 결과를 낳는 평범한 정책, 좋은 정책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정책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힘으로 자본을 제어하고 인간과 노동을 보호하는 것, 개인의 자유와 안전, 평화와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최근 문제가 된 사립유치원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치원 운영과 같은 공동체의 문제를 사적 자본에 하청해 주었다. 여기에 규제완화가 더해지면서 공적인 영역은 사적 자본에 의해 잠식되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공적인 영역인 교육을 사립학교에 방치하고 있는 것이 있다. 공적 영역에서는 공동체의 역할을 높이고 사적 자본의 영역을 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치원은 국공립이 최소한 50%, 최종적으로는 대다수를 차지해야 한다. 이 정책 역시 오랫동안 주장되어 온 정책이다. 새로움과 특별함은 없다. 하지만 비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오랫동안 주장되어 온 만큼 정당성이 있고 또 오랫동안 추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국제기준에 맞고, 공동체의 역할을 높이는 정책은 대부분 평범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비범한 결과를 낳는다. 비범한 정책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당장의 실천이 중요하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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