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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판 피고인으로부터 600여만원 상당 접대받은 전 판사 무죄확정
2018-11-18 09:00:00 2018-11-18 10:01:2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판사로 근무하면서 다른 판사가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한 알선 명목으로 향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판사출신 변호사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7월 지방 모 법원 판사로 근무하면서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로부터 이모씨를 소개받았다. 이씨는 당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김씨가 소속된 법원의 다른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씨는 김씨에게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처음 만난날 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630여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제공했지만, 자신이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에 벌금 640억원을 성고받고 이 판결이 확정되자 김씨를 고소했다.
 
1심은 "알선수수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김씨가 이씨로부터 이씨가 받고 있는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향응을 제공받아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김씨가 이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만일 김씨가 이씨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이씨로서는 김씨에게 사건 진행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절실하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씨는 김씨를 처음 만난 날 자신이 재판 중인 사건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없고, 그 이후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도 사건 내용이나 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 알선의 진행 경과 등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으며,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서도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하여 알선을 청탁하고 수차례 향응을 제공한 사람의 행동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김씨의 행동이 법관으로서 심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던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김씨 입장에서는 이씨가 친분관계에 의해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가 재판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면, 당시 판사로 재직하고 있던 김씨로서는 이씨와의 만남을 다른 판사들이나 법조인들에게 드러나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지만, 이씨와의 식사 자리에 법원 직원이 동석한 적이 있었던 점, 비교적 금액이 적은 저녁식사나 술자리 비용을 주로 부담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이씨를 만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2심 역시 "이씨가 검찰 조사에서도 '어떻게 도와주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저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처럼, 오히려 이씨가 김씨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했다.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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