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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투심 악화 불가피…불확실성 해소 의견도
장중 16% 급등했지만…·거래정지 직후 시간외 매물 쌓여
2018-11-14 19:24:08 2018-11-14 19:24:14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분식회계로 결론 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됐고,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될 전망이다.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즉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다음은 한국거래소 차례다.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15일 내(12월5일) 진행하게 된다. 여기에서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나지 않으면 20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심사위원회는 7일 이내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1차적으로 총 42일(영업일) 동안 거래정지가 가능한 상황이고,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하면 최대 1년까지 거래정지가 길어지고 1년 후에 다시 상장적격성 심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실질심사까지 가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단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사유로 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착수하고 이후 개선기간을 부여한다. 개선기간이 지나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겠지만 만의 하나 상장폐지로 결론난다고 해도 회사측의 이의제기가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선기간 중에 삼성바이오의 기존 재무제표를 수정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고,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취득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4조8000억원으로 높아졌고, 과거 4년간 적자에서 2015년말 순이익 1조9049억원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액을 인식한 것은 취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완전 자본잠식으로 상폐 사유”라며 “손실 법인세 효과(당기순이익에서 낸 법인세 환급)가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상장을 통해 거둬들인 2조2000억원이 장부에 반영되면 완전자본잠식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개장 직후 3% 넘게 하락했다가 장중 최고 16%까지 급등하는 등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다가 6.5% 오른 33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매수세가 유입된 데 따른 것을 보인다. 외국계 창구에서도 적지 않은 매수 주문이 나왔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3.24%)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반 상승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각각 3.14%, 2.00%씩 올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치엘비(0.61%), 메디톡스(3.29%)도 올랐다. 
 
하지만 증선위 발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향후 주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간 제약·바이오 업종은 올해 1분기 강세를 보이다가 2분기부터 회계테마 감리 이슈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이슈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번 조치로 특히 시가총액 상위에 바이오업체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한동안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센터장은 "삼성바이오가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차지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보더라도 이번 증선위의 결과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처분 결과는 비슷한 문제를 가진 바이오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분간 관련 업종의 투자심리는 상당히 불편하고 위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번 삼성바이오의 증선위 결과로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종에 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오히려 이번 증선위 결과가 그간 제약바이오를 짓눌렀던 불확실성을 풀어주었다"며 "진정한 옥석가리기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그간의 불확실성과 우려를 모두 반영해 주가가 하락했던 것"이라며 "삼성바이오가 거래정지됐다고 모든 바이오업체들 주가가 더 빠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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