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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가이드라인, 민간이 나섰다
정책 부재 속 ICO지침 마련…법적 효력 없어 실효성 우려
2018-11-11 12:00:00 2018-11-11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블록체인 업체 등으로 구성된 민간 협의체가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나섰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뚜렷한 정책 방향을 표명하지 않는 가운데 민간에서 먼저 자율적인 시장 구축과 암호화폐 생태계 활성화를 명분으로 자율규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법적 실효성이 없어 시장 전체를 아우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BGCC가 지난 8일 국회에서 ICO가이드라인 포롬을 열고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블록체인거버넌스컨센서스위원회(BGCC)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혁신생태계포럼과 ‘암호화폐공개(ICO) 자율규제 전략-혁신생태계를 위한 ICO 가이드라인’ 포럼을 열고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에 근거한 가이드라인과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BGCC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생태계 거버넌스 및 컨센서스가 주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민간 조직으로, 블록체인 전문가와 변호사, 교수 등 약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적 규정이 없는 ICO에 대한 성격을 명확히 정립하고, 현행 법률 하에서 준수해야 할 자율규제를 체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이드라인은 ▲ICO프로젝트 투명성 ▲토큰 유동성 ▲토큰의 법적성격 문제 검토 등의 매뉴얼과 함께 상장위원회 구성과 지배구조 및 적법성, 코인의 법적 성격 판단과 기술적 이슈에 대한 항목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실명인증(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완비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해당 토큰이 증권형으로 분류될 경우, 자본시장법 저촉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확인하고 ICO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사업 실현 가능성도 높인다는 목적이다.
 
배재광 BGCC 의장은 "코인의 법적 성격에 따라 ICO 가이드라인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며 "코인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을 따르게 하는 등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거래소공개(IEO, Initial Exchange Offering)’에 대한 지침도 나왔다.
 
지난 1일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KBSA)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고려대학교 암호화폐 연구센터(KUCL)는 기존 ICO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IEO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백서를 바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ICO와 함께 대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자금조달 방안으로 꼽히는 IEO는 거래소 상장 직전 토큰 세일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등은 IEO가이드라인을 ▲구매자보호 ▲사업성검토 ▲기술 ▲컴플라이언스(준법 통제) ▲보안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해당 항목에 대한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일종의 공시제도를 운용하는 것이다. 단 증권형 토큰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으며 토큰 판매 권장한도를 설정하고 향후 1년간 분기별로 문의 사항 등을 받아 현실성 있게 관리하기로 했다.
 
신근영 KBSA 회장은 "더 많은 투자를 받으려면 IPO에 준하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IEO 가이드라인을 발표함으로써 일정한 기준 없이 임의로 행해지던 암호자산(암호화폐) 토큰 거래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민간협의회 주도로 나온 지침에 대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정부 정책 마련에 대한 모멘텀을 확대하고 시장 자정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공존하는 셈이다.
 
이원부 동국대 교수는 "정부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먼저 자발적인 진흥안을 내놓는 것은 시장 발전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민간의 목소리가 단편적으로 전달되는 것 보다 협회를 통해 집단적인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이것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면 훨씬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정부 정책과의 상호보완적인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블록체인 관련 민간협회가 잇달아 나오며 여러가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도 마련되고 있다"면서 "자율적 규제를 위한 지침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 협회의 이익을 우선하거나 두루뭉실한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투자자나 기업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 지도 의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방향성이 명확히 나오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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