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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올릴 때만 도미노 내릴 땐 모르쇠
원유수매값 타고 인상…수매가 내릴 땐 비용 탓 회피
2018-11-08 16:28:22 2018-11-08 16:28:22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원유가격이 5년 만에 오르면서 유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자체 브랜드(PB) 제품은 물론 빵이나 커피 등 원유가 원재료로 들어가는 가공식품 물가도 연쇄적으로 들썩인다. 유업계는 인상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유가격 인하 때는 그러나 요지부동이던 우윳값이 인상할 때만 속도가 붙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협회가 유가공협회가 원유수매 가격을 1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린 지난 7월 이후 서울우유(평균 3.6%) , 남양유업(4.5%), 삼양식품(3.9%) 등이 우윳값을 줄줄이 인상했다. 가성비를 강조한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PB 우윳값도 상승세다. 
 
주요 제품별로는 '서울우유' 1ℓ가 2570원으로 90원,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 500㎖는 1550원으로 50원 올랐다. GT 1ℓ는 2520원으로 내렸지만 용량이 900㎖로 줄어 사실상 가격이 올랐다. 삼양식품 '삼양우유' 930㎖도 2650원으로 100원 올랐고, 대형마트 PB 제품인 롯데마트 '초이스엘 세이브 알뜰한 우유' 930㎖가 1890원으로 70원, 홈플러스 '심플러스 1A우유' 1ℓ가 1990원으로 200원 인상됐다. 
 
 
 
유업체들은 우유소비는 줄어들고 대부분의 유가공업체가 흰우유 사업부문에서 적자 또는 소폭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부담이 심화됐다며 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가격연동제가 우윳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수급보다는 원유생산비에 근거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량과 함께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만, 생산비가 늘면 수급에 상관 없이 원유가격은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후 처음으로 원유가격이 내려간 2016년에는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다. 서울우유는 "2016년 원유 가격이 인하됐을 때 다른 유업체와 달리 흰우유 대표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지만,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이번 가격인상은 불가피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흰우유 평균 소비자가격은 2013년 8월까지 2360원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원유가격연동제 시행으로 원유가격이 106원 인상되면서 8월 평균 2358원이던 소비자가격은 9월 2425원, 10월 2572원으로 2개월 만에 214원이 올라 2500원대를 넘어섰다. 제조마진과 유통마진이 함께 인상되면서 생산비(106원)를 크게 웃도는 200~220원 선에서 가격이 인상된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과거 원유가격 상승과 동시에 발 빠르게 우윳값을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하에는 유업계와 유통업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올해 원유가격 인상 이후 업계의 가격 동향을 모니터중"이라며 "결과를 취합하는대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업체들은 원유 외에도 가격 인상의 요인이 많다고 호소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그동안 누적된 생산·물류비용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5년 만에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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