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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완벽한 타인’ 염정아 “팬티 갈아 입는 장면 너무 짠했다”
“순종하는 아내 ‘수현’, 우리 모두의 엄마 모습 아니었나”
“‘비밀’ 그걸 알아야 하나…모르고 지내면 실망도 안한다”
2018-11-06 06:00:00 2018-11-06 14:45:3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주 짧은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모습이었다. 영화 완벽한 타인속 염정아는 길고 수수한 느낌의 헤어스타일이었다. 반면 이날 인터뷰 현장에 온 그는 강인하고 쎈 이미지였다. 그는 새 영화 뺑반촬영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며 웃었다. ‘뺑반에선 정말 멋진 걸크러쉬를 기대해 달란다. 뭔가 막힌 체증이 뚫린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염정아다. 사실 워낙 활달하고 숨김이 없는 성격 탓에 촬영장에서도 언론과의 만남에서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때문에 완벽한 타인속 수현의 모습에 다소 답답함을 느꼈을 법도 했다. 염정아는 순전히 수현의 모습에서 지금의 아줌마들이 겪고 있는 일상을 보았단다. 공감과 이해가 되니 그 수 많은 배역 중에 수현만 눈에 들어왔다고.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 현장에서 그는 어색한지 짧아진 머리를 연신 쓰러 내리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짧은 헤어스타일은 2002년 영화 ‘H’이후 처음이란다. 하지만 워낙 격이 없는 성격 탓에 너무 편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영화 속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남편에게 눌려서 기를 못 펴고 사는 아내 수현의 모습은 조금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염정아 역시 아마 그럴 것이다고 웃었다.
 
저희 남편은 집에서 절대 안 그러죠(웃음). 빈말이 아니라 워낙 가정적이에요. 저희는 실제로도 서로 존댓말을 써요. 그러니 부딪칠 일이 안 생겨요. 반면 완벽한 타인속 수현 같은 인물들. 주변에 사실 많잖아요. 영화에선 시나리오보다 더 순종적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남편에게 하대 받는 아내의 심정. 우리 사실 다 알잖아요. 우리 엄마들이 다 그런 시대의 여성들이었잖아요.”
 
그는 수현을 착하고 또 착한 여자로 이해했단다. 아니 좀 더 표현하면 우리 시대의 엄마로서 받아 들였다고. 그렇다고 마지막에 수현이 폭발하는 지점을 위해 그런 고운 심성과 엄마를 떠올린 것은 아니란다. 영화 속 수현과 현실 속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 겹치는 지점에서 배우 염정아와 아내 염정아 그리고 여자 염정아로서 바라보는 지점을 수현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마 그랬을 거에요. 제가 수현에게 너무 공감이 됐던 게 팬티 갈아 입는 장면이었거든요. ‘그게 뭐라고남편은 그걸 그렇게 기를 죽여. 조금의 화려함도 용납 안 되는 억눌림을 보이지도 않는 속옷으로라도 풀고 싶은 심정이 왜 이해가 안됐겠어요. 너무 공감이 되고 또 안쓰럽더라고요. 사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 수현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가만히 있지만 뒤에선 확 폭발을 하니.”
 
그런 폭발에 공감했다니. 사실 조금은 의외였다. 화려하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염정아다. 누가 봐도 자기 소리 똑 부러지게 할 것 같은 염정아다.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수현캐릭터에 공감했던 것 자체가 사실은 자신의 모습이 가장 많이 보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고 웃는다. 본인도 한 때 집에서 수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이 그랬던 것 같았단다.
 
저희 남편이 태수(유해진)처럼 권위적이진 않아요(웃음). 그건 신혼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근데 저도 결혼 초기에는 연기 활동보단 살림만 했으니. 너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땐(웃음). 그래서 영화 속 수현이 팬티를 몰래 갈아 입는 장면이 너무 짠했어요. 그걸로 일탈을 꿈꿨으니. 겨우 그게 뭐라고. 그 마음을 왜 몰라. 영화에선 겨우 시 모임에 나가잖아요. 제가 그 마음과 비슷했으니. 그래서 지금도 답답하고 그러냐고요? 어휴 아니죠.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데. 하하하.”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질문을 조금 돌려 결혼의 노하우를 물었다. 어떻게 하면 무난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완벽한 타인에서도 드러나는 갖가지 사건의 배경과 장치는 모두가 결혼이란 전제 조건을 달고 있었다. ‘결혼 때문에’ ‘결혼이라서’ ‘결혼을 해야 하니등 모든 것이 결혼으로 귀결됐다. 결혼 12년 차 두 아이의 엄마 염정아는 더욱 폭소를 터트렸다.
 
아이고 다 아시면서 그러세요(웃음). 결혼에 무슨 조언이 있고 방법이 있어요. 그냥 다 각자 알아서 잘 헤쳐 나가야죠. 글쎄요. 우리 영화에서도 워낙 쎈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그것처럼 결혼이 말랑말랑하지는 않죠. 갈등은 반드시 존재하죠. 부딪침도 있고. 근데 그걸 얼마나 빨리 인정하고 받아 들이느냐가 관건 같아요. 싸우는 부부들 제 주위에도 정말 많아요. 저희요? 저희라고 안 싸울까 봐서요. 하하하.”
 
완벽한 타인으로 만난 염정아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질문도 있었다. 바로 핸드폰이다. 영화처럼 남편과 핸드폰을 공유하는지. 주변 사람들과 비밀을 공유하는지. 아니면 비밀을 공유할 가장 친한 친구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그는 아주 현명한 문장으로 이 모든 질문의 답을 대신했다. ‘비밀을 알아야 하느냐라고.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남편과 핸드폰 공유는 안 해요. 서로 비밀 번호도 알아요. 근데 안 봐요. 그냥 안보는 거에요. 그걸 굳이 봐야 할까? 글쎄요. 왜 봐야 하지. 봐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 실망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게 보일 때 하는 거잖아요. 벌써 내 남편이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 안하고 있단 증거가 되잖아요. 에이 그럼 안 봐야지. 그렇잖아요(웃음). 그 다름을 인정하면 상대에게 큰 실망도 안 하게 되고. 전 비밀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걸 알아야 되나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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