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성토에 정부 노동정책 수정 가닥…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최저임금 차등화 검토
입력 : 2018-10-30 16:35:03 수정 : 2018-10-30 16:35:18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정부가 경기 위축과 노동정책으로 경영계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동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대신 보완하는 방향으로 연착륙을 시도한다.
 
30일 여권과 경영계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최장 3개월까지 가능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동의하고 있어 법 개정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개정안을 각각 지난 8월과 10월 발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지난 29일 만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3개월 이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이 기간 한 주에 52시간 미만으로 일하면 사용자는 연장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단 3개월 동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0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A사는 매년 연말이 대목이다. 직원들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12월 한 달 동안 연장근무가 필요하다. 노사가 10월부터 12월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키로 합의, 10월과 11월은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12월은 52시간 이내에서 연장근무를 한다. 
 
경영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현 제도는 2주 이내(취업규칙 명시)에서 최장 3개월까지 가능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같은 내용의 요구안을 지난 6월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경영계의 불만을 달랠 목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최저임금을 지역과 업종별로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용부는 "국회에 발의된 최저임금 개정안의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노동정책과 관련해 현장의 문제점을 살피고, 경영계 의견도 경청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를 비롯해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까지 불안에 떠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3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2월 수준으로 후퇴했다. 코스피 지수도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2000선이 붕괴됐다. 고용 한파도 이어지고 있다.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02만4000명으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다. 반면 취업자 증가폭은 8개월 연속 10만명 이하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인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지난 29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경총 회장단의 만찬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노동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청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이 주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인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으로 경영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했고, 이 총리는 "새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수용되는 과정에서 여러 진통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기업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노동계의 반발도 뒤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법 개악을 연착륙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새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연내 출범시킬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청와대는 연내 출범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정관계도 다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구태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