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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 실체)“오일·가스 한국 못 따라가” 절망 깊어져
(중)군소조선소 집합체 “한국처럼 동시 다종 건조 불가”
2018-10-29 15:47:09 2018-10-29 17:28:5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2. 表裏不同(표리부동: 겉과 속이 다르다):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중국 조선산업의 한계점
 
앞서 언급한 노동생산성 향상 대비 치솟는 임금, 방대한 국토면적이 흩어져 있어 발생하는 비효율 및 물류비용 외에도 환경이 열악하고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조업 인력 기피 현상 등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중국 조선산업의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의외로 잘 언급되지 않는 중국 조선산업의 결정적 약점이 있는데 바로 한국 조선산업의 장점인 ‘고객 맞춤형 주문생산’ 체제와 ‘대량 연속생산’ 체제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가장 많은 선박 수주잔고와 생산량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런 정보를 들었을 때 우리는 상상한다. 중국은 아마 한국 빅3(Big 3,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보다도 훨씬 큰 야드에서 더 큰 장비를 가지고, 수많은 종류의 배를 엄청난 수량으로 찍어내고 있을 것이라고. 대표적인 오해이다. 한국 조선소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과감하게 시설 투자를 했기에 시설 측면에서 감탄할만한 조선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술 측면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이 바다로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러 조선소를 보유한 조선 그룹들은 별도의 독립 설계 회사를 통해 각 개별 조선소에 설계 도면을 공급한다. 언뜻 보면 공통 자원을 활용하여 효율적이고 원가적으로 유리할 것 같으나 이런 설계 도면은 개별 조선소의 생산 설비와 공법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 절감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이런 환경에서 여러 선종을 복합 생산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과 같이 한 조선소에서 거의 모든 선종의 설계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면서, 특수선 및 해양 프로젝트 포함 1년에 대형 고부가가치 선박을 50척 이상 생산해 내는 대형 조선소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중국의 조선소는 일본과 같이 소수의 표준선의 선박을 1년에 3~4척 정도 생산하는 공법의 도크를 2~3개를 운영하고 있는 조선소가 많다. 다만, 그런 조선소가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있는 것이다 (2007년도에 수출선박 생산 조선소 약 350개, 현재는 많이 줄었으나 아직도 화이트리스트 조선소가 약 70개 있으며 이중 약 50~60개 조선소가 선박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수주량, 생산량 측면에서 세계 1위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도 자체설계, 엔지니어링 능력 및 연속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은 중국 조선산업으로서는 매우 뼈아픈 내용이다. 이런 문제는 최근의 환경규제 및 선주·선급 및 국제사회의 요구사항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대외환경과 국제 해운업의 지속적 불황으로 극한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영업 환경에서 중국 조선소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접한 정보에 의하면 특히 오일·가스(Oil & Gas) 관련 선박 분야에서 중국 조선소가 느끼는 좌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초대형유조선(VLCC)나 액화천연가스(LNG) 분야는 기술뿐 아니라 원가 면에서도 앞으로도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 및 VLCC를 한국의 빅3가 경쟁적으로 수십 척씩을 수주하는 동안 중국 조선소는 해당 선박의 수주실적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또 하나의 의외의 약점이 있는데 바로 ‘국가지원 및 국가주도’의 한계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최고 장점이 중국 조선산업의 약점이 된다니! 최근 필자가 만난 중국의 국영기업 본사의 엘리트 연구원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의 조선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도 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고 한다. 즉, 중국 조선산업 특히 국영기업은 국가가 지탱해주기 때문에 파산을 할 수 없다(파산이 우려되는 회사는 다른 우량한 국영기업에 흡수시켜 연착륙 시킨다). 물론 외국 선주들 중 일부는 이러한 점을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가장 선호하고 오히려 언제든지 법정관리로 갈 수 있는 한국 조선소보다 강점이 있는 것으로 여긴다고 하는데, 이러한 장점에 함정이 숨어있는 것이다.
 
국영조선소의 그룹 중앙조직 및 조선소 경영진들은 일반적인 민영회사의 직원들이 추구하는 회사의 이익, 고객과의 관계, 회사의 미래적 비전에 대한 관심 보다는 국가 수준 중기 계획에 부합하고 상부기관의 관심사에 맞춰 하부 현장 조직(조선소)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과거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국가의 관심은 외형 확장이었다고 한다. 생산량 증대, 매출의 확대가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한국, 일본과의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손익이 확보되지 않은 무리한 수주도 강행하는 방식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 국가기관에서는 중국 조선산업에 대해서 방만하게 확장된 국영기업의 효율화, 내실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외형확장, 매출 및 수주량 증대가 목표가 아니라, 이익을 내는 회사를 중심으로 손실을 내고 있는 회사를 합병하여 국영기업 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중국 조선소에서 예전과 같은 적자 출혈 수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필자가 최근 다시 만난 국영 조선소의 한 간부는(몇 년 전 만날 때만 해도 중국 1위 조선소 직원으로서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던 인물) 회사가 매출과 생산량만 많지 이익을 내지 못해서 그룹 내에서 위상이 많이 추락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해군 특수선 물량을 기반으로 견조한 이익을 내고 있는 같은 그룹 내 타 조선소에게 신설 도크 야드를 거의 반 강제로 빼앗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직원들 중 엘리트들은 대부분 상하-갑을 관계에 대한 확실한 선호 개념이 있어 업무 위계상 상위의 업무 즉, 조선소 현장 핵심 엔지니어 보다는 그룹 중앙조직 관리자, 그룹 중앙조직 보다는 선주역할을 하는 선박금융리스회사 직원이 되기를 선호하고, 그런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고급 우수인력들에 의한 기술개발, 생산성향상 등의 혁신과업 수행 등은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 조선소의 핵심적 장점인 국가주도 및 지원은, ‘구조적 경직성’ 및 ‘고급인력 활용의 어려움’의 부작용으로 인해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조선해양 시장에서 시장과 고객지향적인 혁신과 개선을 수행하는데 걸림돌로 작용 될 수도 있다.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의 변화도 문제이다. 한국 조선해양산업은 국내 수출 기여도 3위(수출액의 6.9%, 2016년 기준) 산업이고, 연간 고용 및 국가 총생산 측면(GDP 약 3% 기여)에서도 큰 비중이 있는 산업이라면, 중국 조선해양산업은 전체 수출액의 약 1% 수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1% 미만의 기여 수준이고 이마저도 다른 산업이 계속 추월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10년간은 중국의 사회자본투자, 농민공의 이주, 외형확장 등의 성장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조선산업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 기간이었다고 하면, 앞으로의 중국의 정책이 내수공급과 해군력 유지 이외에 추가적인 가치를 부여하여 조선해양산업 굴기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인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중국 첨단산업의 패러다임과 IT 및 소프트파워 산업의 대약진 속에서 중국 조선산업이 국가 중요 전략산업으로 안정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을지 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고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앞날을 점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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