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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최종구·윤석헌 두 수장, 밥그릇 싸움할때인가
2018-10-28 08:00:00 2018-10-28 14:49:40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위반 재감리 등 두 기관이 엇박자를 낸 사례가 여럿 있다.
 
이번에는 금감원의 ‘내부통제 혁신TF’ 결과물이 발단이 됐다. TF는 올해 금감원의 핵심사업으로, 윤 원장은 위원 전체를 외부 전문가로 임명했다. TF는 수개월의 활동 끝에 최고 경영자와 이사회, 임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감원 TF가 제시한 혁신안의 80%가 법과 시행령,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금감원이 단독으로는 추진할 수 없는 과제로 금융위 소관 업무가 대부분이다. 지난 3개월간 TF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사전조율 없이 혁신안을 내놓은 게 문제가 됐다.
 
금융위가 갈등 자체를 부인하지 못할 만큼 두 기관 사이의 감정싸움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금융위는 곧바로 금감원이 운영 중인 TF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의견 조율도 없이 TF를 추진하니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TF를 추진하는 게 타당한지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위가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하는 것으로 보일만 하다. 금감원이 외부 전문가를 통해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안을 내놓았는데, 금융위가 굳이 이것을 부처 간 권한 싸움으로 몰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윤 원장은 TF 논의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물에 윤 원장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TF 관계자도 “여러 차례 감독당국의 해당부서 회의를 거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의결 조율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고동원 TF위원장은 되레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는 “금감원 TF팀에서 설정한 여러 안에 대해 금융위가 찬성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감독체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의 존재가 금감원의 금융혁신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
 
시간을 3년전으로 돌려보면 지금의 이런 주도권 싸움은 의아할 정도다.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강조한 것이 ‘혼연일체’다. 혼연일체라는 말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전 금감원장에 ‘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액자를 선물하면서 유래됐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의 규제완화 정책에 금감원의 현장감독 권한이 점차 힘을 잃고, 금감원의 역할은 대국민 금융교육 등 소극적 역할에 머물렀다는 부작용도 있었다.
 
금융정책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금융위와 금융감독 기능을 맡는 금감원은 너무 가까워서도 너무 멀어서도 안 되는 모양이다. 정체성이 다른 두 기관의 엇박자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불필요한 주도권 싸움은 안 될 일이다. 두 기관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에도 이른바 금융민주화법이나 금융소비자법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집단소송과 같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포함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수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당국의 설득 작업 없이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주도권 싸움도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종용 금융팀장(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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