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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낙수효과는 없었다…이익도 인력도 '부익부 빈익빈'
2018-10-29 07:00:00 2018-10-29 07:00: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국내 대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 톱으로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도 두 회사는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국내 부품업계에는 낙수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추정기관의 실적 컨센서스(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80곳의 3분기 영업이익 합산 52조4062억원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은 45.74%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1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반도체에서만 13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3분기 매출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도 56.7%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잔치가 국내 후방산업의 낙수효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173곳 중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은 8조1816억원이었다. 171개 기업을 통틀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균 영업이익인 48조9255억원의 16%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평균 46.9%에 달했지만, 후방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9%에 불과하다. 부문별로는 부분품 업체가 17.1%, 장비 업체 10.8%, 재료 업체 6.9%, 설계 업체 4.0%, 설비 업체 1.8%다.
 

 
장비를 비롯한 후방산업으로 과실이 나눠지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체 생산 장비의 해외 제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0.1%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장비 국산화율은 18.2%에 불과하다. 반도체 제조라인 팹(Fab)을 하나 짓는데 수조원이 들어가며, 장비까지 채우면 10조원이 훌쩍 넘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다. 장비에 투입되는 7조원대의 금액 중 5조원을 넘는 돈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의미다. 인력풀 역시 대기업 중심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내 반도체 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수년째 채용 목표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7월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주체적으로 구매 연계 성능평가를 실시하거나, 패턴 웨이퍼 공급 등을 통한 장비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이 물리·화학적 기초, 제조적 백업이 다 돼야 하는 '종합예술'이어서 반도체 후방산업 활성화에 대한 여러 노력이 있음에도 쉽지 않다"며  "더 많은 투자와 우수인력 양성을 비롯해 산·학·연 생태계 전반의 협력과 고민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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