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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완벽한 타인’, 이게 바로 ‘블랙 코미디’
40년 지기 친구들이 벌이는 예상 밖의 반전-아이러니
실제 방불케 하는 리얼한 장면-배우들의 연기 ‘쾌감’
2018-10-17 10:32:31 2018-10-17 16:46:4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약간의 힌트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월식이 등장한다.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리워진다. 밤에만 등장하는 달은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진실이다.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그건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가리고 포장하기 위해 쏟아내는 거짓과도 같다. 그래서 영화 완벽한 타인속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월식은 묘한 상징성을 내포한다. 그 모습을 통해 7명의 남녀들은 사회적인 자신과 개인적인 자신 그리고 비밀스런 자신, 이 세 개의 자아 속에서 붕괴되고 무너지는 상상의 나래가 갖는 공포를 경험한다. 이건 웃자고 시작했지만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 돼 버린 아이러니의 민 낯이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만들고 영화계로 야심차게 넘어와 역린’(2014)을 연출했지만 쓴 맛을 본 이재규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인 스토리다. 그는 이들 7명의 남녀를 한 공간에 가둬둔 채 세 개의 자아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뒤죽박죽의 상황을 너무도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 완벽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예상 가능한 지점들이다. 이건 반대로 말하면 우리 역시 예상 가능한 그것을 위해 거짓의 자아로 포장된 채 사회적 자신을 내세우며 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완벽한 타인은 연출스럽지 않은 장면의 연속이 기묘한 쾌감을 전달한다. 흡사 몰래 카메라를 보는 듯한 느낌의 장면이 연속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탄탄한 시나리오와 내공 100단 배우들의 연기력이 만들어 낸 시너지다. 남녀 7명 가운데 남자 4명은 40년 지기들이다. 그 가운데 리더 석호(조진웅)의 집들이에 모이게 된다. 실력파 성형외과 전문의 석호의 아내는 정신과 전문의 예진(김지수). 여기에 고리타분한 권위적인 남편 태수(유해진)와 남편의 기에 눌려 사는 문학에 빠진 가정 주부 수현(염정아), 잘생긴 외모에 바람기가 다분한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와 그의 어린 아내이자 수의사인 세경(송하윤), 그리고 이혼한 다혈질 백수 영배(윤경호)까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은 그렇게 40년을 알고 지내왔다. 그 시간이 사회적 관계였는지 개인적 관계였는지 비밀스런 관계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그들은 내세운다. 이들 세 개의 관계 모두를 부정한다.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이다고 할 정도로 막역함을 내세우며 그들을 괴상한 제안을 한다. 저녁 식사 시간 동안 핸드폰을 공유하는 것이다. 전화 문자 휴대폰 메신저 등 모든 것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한 비밀이 없음을 증명하자는 것. 부부 사이로서 친구 사이로서의 자신감이다. 이건 세 개의 자아를 지니고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의 삶 속 개념을 넘어서자는 일종의 약속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이들의 관계의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동력이 됐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시의 적절하게 터지고 공개되는 전화와 문자 그리고 휴대폰 메신저 내용은 각자의 개인이 지니고 있던 민 낯을 여과 없이 들춰낸다. 그 민 낯은 비밀이란 이름으로 고개를 든다. 7명의 남녀는 각자의 비밀이 공개될 때마다 기묘하다 못해 기괴한 상황의 연속에 빠지게 된다. 이 상황 속 정서는 공포가 되는 지점도 있고, 스릴러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도 있다. 때로는 멜로틱한 감성을 전달하기도 한다. 휴대 전화음을 이용한 코미디와 뮤지컬 화법의 장면 구성도 흥미롭다. 상황 자체로만 놓고 보면 반전과 아이러니의 연속성이 느껴지는 완벽한 블랙 코미디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의 90% 이상이 한 공간에서만 이뤄진다. 하지만 공간의 변화를 주는 앵글과 그 앵글 속을 채우는 배우들의 실제를 방불케 하는 연기는 이따금씩 관객에게 혼돈을 줄 정도다. 상황의 연속을 들여다 보는 시점을 관객에게 부여하며 이른바 휴대폰 정보 공유 게임을 통해 이뤄지고 발생된 남녀의 문제와 관계의 문제 속에 벌어진 판단의 권한을 전하는 느낌이다. 이건 사실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넘어선 자신과 거울 속 또 다른 자신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지점이다. 각각의 고통과 고민과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오히려 관객은 이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반대급부의 실소가 터지는 자극을 맛보게 된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이 블랙 코미디의 사전적 정의에 거의 가깝게 다가선 채 배우들의 내공과 호흡을 최대한 살리고 반대로 인위적 연출의 잣대를 최대한 걷어냈기에 얻어낸 값진 분위기이자 결과이다.
 
영화 자체에 약간의 트릭이 존재하는 지점 때문에 마지막 지점에서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참고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영화 처음 등장하는 월식과 중간에 등장하는 월식 그리고 석호의 집으로 들어서는 문과 나오는 문의 의미가 바로 거짓의 공간과 진실의 공간을 나누는 경계선인 셈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를 국내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완벽한 타인아이러니만약그리고 거짓이 담고 있는 민 낯을 오롯이 까발린 근래 보기 드문 완벽한 블랙 코미디로 주목해도 될 듯하다. 개봉은 오는 31.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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