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현대차 실적 전망 '우울'

3분기 영업익 컨센서스 전년비 21% 감소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현대차(005380)가 미국,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한 데 이어 통상환경까지 악화되자 다가올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낮추고 목표주가를 낮추거나 ‘HOLD(유지)’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자 회사의 주가도 연일 하락하며 신저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496억원으로 전년보다 21.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3개 분기 연속 하회한 데 이어 올해 3분기 역시 1조원을 밑돌 것이란 분석이 팽배하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8600억원으로 내다봤다. 가장 우려스러운 요인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락을 언급했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심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락이 악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금융법인의 최근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감익 추세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 강자로 떠오르며 선두권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판매에서도 신흥국 비중이 30%로 올라올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김경덕 부국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루블, 헤알화, 루피화 등 이종통화 급락과 에어백 리콜비용 반영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이 예상된다”며 “주요시장인 미국, 중국 판매부진과 영업일수 감소에 따른 국내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고정비 부담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실적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차 사이클(쏘나타, G80)이 시작되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신차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신형 싼타페 신차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며 “글로벌 수요성장세의 둔화를 볼 때 실적 회복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70은 미국 내 판매망 문제, 현지 딜러와 갈등을 겪다 지난달 말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신차 판매 기대감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자동차 전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극단적으로 SUV 차량의 쏠림이 강한 반면, 현대차는 SUV로 시장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며 “특히 경제가 회복된 미국인 입장에서는 유가가 비싸더라도 SUV에 대한 선호도는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미국 딜러와의 마찰이나 중국 딜러의 이탈 등 여러 거론되는 문제들로 봐서는 현대차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도 현대차의 고민거리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최근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중국에서 3분기 부진한 판매를 보였고, 확대된 공급 능력에 고정비 부담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지에 진출한 완성차와 부품사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 우려가 현재 주가에 일정부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주가도 부진하다. 지난 4월 이후 16만원대였던 주가는 15일 52주 신저가(11만1500원)까지 내려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놓기보다 '유지'하고 있으나 목표가를 낮춰 실질적인 매도 사인을 낸 모습이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는 목표주가를 각각 13만원, 17만5000원으로 내렸다. 부국증권은 17만원으로 낮췄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가 15만원과 'HOLD' 의견을 유지했다.

 

신송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