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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한다는 청년들 "경제적 문제로 비자발적 비혼"
경력 단절되고 개인의 성취감을 포기하는 현실
2018-09-02 12:00:00 2018-09-02 14:43:21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 비혼을 생각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환경만 받쳐주면 결혼해 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번 대통령 취임 때도 비정규직 없앤다 했을 때만 해도 결혼 해봐야지 했는데 유야무야되지 않았나. 현제 내 사회적 위치가 비자발적 비혼인 상황인 것 같고, 그래서 암담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진행한 연애·결혼·출산’의 고민을 듣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나온 한 청년의 반응이다.
 
저출산위는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청년토크.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를 진행한 결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결혼을 생각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았다고 2일 밝혔다. 남성과 여성 모두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 이전에 연애조차 시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여성은 데이트 폭력, 남성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주요 고민거리로 털어놨다.
 
'청년토크,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현장.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내용을 종합해보면 결혼을 ‘못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결혼생활을 하는 지인들이 경력이 단절되고 개인의 성취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모습들을 보면서 비혼이나 비출산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남자는 ‘책임’을, 여자는 ‘포기’를 강요받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일부 참가자는 주거, 일자리 등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 때문에 ‘비자발적 비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특히 이날 자리에서는 ‘비혼’이 앞선 트렌드와 같은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거 빨리 결혼하던 문화에서 만혼이 문화가 되었듯이 결혼에 따른 경제?사회적 문제를 떠나 ‘비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연애·결혼·출산’ 등의 개인의 선택에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시혜적 방식의 접근태도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대신 자발적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과 위치에 있든지 주거와 경제력, 일자리 등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한 청년은 이런 문제를 언급하며 “최근의 저출산 위기에 대한 경고와 국가의 움직임을 보면, 국가 유지를 위해 출산을 강요하는 것 같다”면서 "본인도 탈출하고 싶은 한국에 우리 아이를 키우기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혼모?부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이나, 결혼제도를 벗어난 파트너 제도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저출산위는 하반기에 발표예정인 제3차 기본계획재구조화에 청년들의 달라진 이같은 문화와 생각들을 담아낼 방침이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꿈을 가진 이들이 사회와 문화, 경제적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 청년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정책적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는 등 정책적 접근 방식을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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