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 “늦었지만 다행이다.” 중소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인 A사 대표. 그는 지난해 새로운 의료용 스마트기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상용화 과정에서 크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새로운 의료용 스마트기기를 개발했지만 최종 상용화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자식과도 같은 신기술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이란 이유로 할 수 없었던 ICT 융합 신기술 상품의 실증 테스트를 받을 수 있게 돼서다.
ICT 융합분야 신기술·신산업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첫발을 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정보통신진흥·융합활성화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ICT 융합 서비스 신규 사업에 대해 최대 2년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내용으로, 신기술 ‘임시허가’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샌드박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소위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내놓은 2건의 발의안과 자유한국당 김성태·송희경 의원 발의안을 한 테이블에 두고 토론한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ICT 융합 분야에서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상용화 이전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규제 특례를 도입했다. 임시허가 신청절차를 줄이고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O2O,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방위 정보통신방송소위원장인 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그동안 새 기술이 있어도 실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한 테스트를 위한 규제가 모호해 어려움이 컸다. 기술 테스트 조항 자체가 없었던 탓”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 장벽이 대부분 해소된다. 임시허가제도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가능해져 정보통신분야의 신기술 사업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데 한발 다가섰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으로 국내 정보통신융합 기업들의 신기술과 서비스 출시를 촉진해 국내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합의안은 또 규제완화·우선허용 원칙에 ‘환경을 저해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제한한다’고 썼던 부분은 지우기로 했다.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실무위의 기능은 강화한다. ‘무과실 배상책임’ 조항은 수정한다. 무과실책임은 서비스·상품에 의한 피해 발생 시 고의 유무를 떠나 사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합의안은 과방위 전체회의 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날 소위에는 정용기 의원과 민주당 김성수·이종걸·이철희 의원, 한국당 윤상직·박대출·김성태 의원과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민원기 2차관이 배석했다. 이들은 3시간이 넘도록 오랜 논의를 이어갔고, 별다른 견해차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은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큰 논쟁이 없었다”며 “여야가 모두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는 풀어 ICT 관련 신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당 원내 지도부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한 주요 민생경제법안을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한 만큼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개별 입법은 어려울 전망이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규제 샌드박스 법안은 시범적으로 신사업을 허용하고 사후 규제하는 혁신적 규제완화 조치로 경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법안인 만큼 정쟁에 의해 휘둘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일하는 국회, 여야를 아우르는 상임위원장’을 첫 일성으로 강조했던 그는 “반드시 되게 해달라”며 야당에 간곡히 호소했다.
24일 국회 본청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노웅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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