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SK네트웍스가 올해 처음으로 유류 도입선 다각화를 시도한 데 따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SK에너지와의 유류 공급가격 협상 지연과 주유소 임차계약의 종료 등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경영 지표가 악화일로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 유류 도매 사업을 SK에너지에 매각하고, 전국 500여개의 직영주유소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9개월 뒤 받은 성적표는 참패에 가깝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79억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직영주유소가 급감한 여파다. 2분기 기준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는 34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501개)보다 150개 감소했다.
SK에너지와 유류 공급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점도 실적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는 평가다. 양측은 지난 1분기부터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의 공급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최근에야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사진/ 뉴스토마토
SK네트웍스의 석유제품 유통을 담당하는 에너지리테일 부문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한 배경은 그룹 관계사인 SK에너지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올 들어 처음으로 직영주유소의 유류 공급선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SK에너지 외에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로 거래선을 넓혀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렸다. 그러나 업계 1위인 SK에너지와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한 정유사들이 SK네트웍스의 입찰 제안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SK에너지와의 관계만 어색해졌다.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가 급감한 이유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SK네트웍스는 SK에너지에서 임차해 주유소를 운영해왔으나 최근 계약기간 종료 후 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2분기 SK네트웍스가 소유한 주유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개 감소한 데 반해 임차 주유소는 126개나 급감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적은 사업 재편 후 계열사와 관계를 재설정하고, 거래 조건을 협의한 영향이 컸다"면서 "주유소 사업은 시장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K와 SK네트웍스 간 미묘한 기류 변화에 주목한다. 양측은 최근 주유소 사업을 비롯해 휴대전화 리스(대여) 사업에서 서로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다만, SK네트웍스는 그룹 지주사인 SK(39.14%)와 공익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0.33%)이 총 39.47%의 절대적 지분을 쥐고 있는 데다, 최신원 회장은 지분율이 0.72%에 불과해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때문에 사업 재편 과정에서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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