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진짜사장' 알면서도 합의서는 '바지사장'과 작성
포스코건설, 본지 23일 보도에 "오보" 주장…사실관계 따졌더니 "포스코건설 해명 납득 불가"
2018-08-27 06:00:00 2018-08-27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하청업체의 해외 현지 법인장을 매수해 허위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로 지목된 포스코건설이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 SP브라질의 대표는 서씨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의서를 썼다"며 "(업체 사장인)정순표씨는 지분도 권한도 없는 실체가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의 반박을 뒤집는 증언과 증거들이 나왔다. CSP브라질제철소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SP브라질(이하 업체)의 사장은 정씨며, 법인장인 서씨는 등기상 대표로 이른바 바지사장이라는 내용이다. 포스코건설은 정씨에게 1997년부터 공사 하도급을 줬고, 브라질 현지 공사도 초창기부터 정씨와 함께 했다. 정씨는 현지에서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 관계자들과 상시적으로 만나 공사 전반을 논의하기도 했다. 허위 합의서를 작성한 서씨는 2013년 4월부터 현지에서 인부들을 관리하는 현장소장의 역할을 했다. 정씨는 서씨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걸 포스코건설도 알았다고 주장했다. 
 
업체 사장인 정씨는 2014년 10월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상할 것을 포스코건설에 요구했고, 항의성으로 귀국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오히려 손실을 입은 하청업체가 포스코건설에 11억원을 보상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법인장인 서씨와 작성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후 서씨는 포스코건설로부터 금품까지 받았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현지 화폐(헤알)로 9천만원가량이었다고 증언했다. 포스코건설은 "서씨가 현지 체류비도 없는 상황이라 인도적 차원에서 2300만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설득력 없는 해명으로, 허위 합의서의 대가로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업체 사장인 정씨에 대한 포스코건설의 설명도 납득이 어렵다. CSP브라질제철소 협력업체 현황(2013년 4월 기준)에 정씨는 'SP브라질 사장'으로 명시돼 있다. 당시 등기상 법인 대표는 정씨의 가족인 정모씨였다. 포스코건설은 정씨를 이전부터 알았고 거래도 했지만, 업체 관계자 정도로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은 또 스스로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했던 정씨 통보를 그대로 받아들여 업체와 계약해지했다. 그것도 모자라 포스코건설은 2016년 4월 정씨에게 9억8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했다. 포스코건설은 "본사는 7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지만, SP브라질이 일부 손실을 입었고 상생협력 차원에서 합의금 9억여원을 지불했다"고 해명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실체를 알 수 없다던 관계자에게 거액을 선뜻 건넨 것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진짜 사장 귀국 직후 맺어진 합의서 
포스코건설과 SP브라질은 2014년 12월12일 합의서를 체결했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같은 해 10월27일 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업체는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상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고, 이후 업체가 공사 중단을 통보하자 포스코건설이 계약해지 조치한 것이다.
 
그런데 본지가 입수한 합의서에 따르면 되레 포스코건설이 업체의 공사 중단으로 444만7314헤알(당시 한화 19억1069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돼 있다. 업체는 유보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263만6174헤알·11억3257억원)을 포스코건설에 보상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등기상 대표인 서모씨의 직인이 찍힌 보상요구 공문. 서씨의 직인이 찍혀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업체는 4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공문은 업체 사장인 정씨가 작성해, 등기상 대표인 서씨 이름으로 보내졌다. 그런데 양측의 계약이 해지된 지 47일 후 맺어진 합의서에는 업체가 요구한 보상액은 오간데 없고, 오히려 업체가 포스코건설에 11억원을 보상하는 내용의 합의서로 둔갑했다. 정씨가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였다. 정씨는 "손실액을 보상받기 위해 일종의 파업 성격으로 귀국했다"고 했다. 그리고 68일 뒤 서씨가 사장인 정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정씨는 앞서 이메일로 서씨에게 포스코건설과 일절 합의하지 말 것을 지시했었다.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합의서에는 업체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적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합의서 작성 후 발생하는 모든 손실과 피해에 대해 업체에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업체는 하청업자와 직원이 판결난 사건의 법적 요구를 할 경우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은 사건에서 배제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업체의 법적 권리를 일절 배제하는 내용이다. 11억원의 손실액을 갚지 않을 경우 매달 1%의 이자도 붙는다. 
 
등기상 대표인 서씨가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포스코건설은 "서씨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의를 했고, 공사를 중단한 정씨는 법적·계약적 합의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서씨와 맺은 합의서는 2015년 1월14일 브라질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았다. 등기상 대표와 합의서를 맺었으니 법적 문제가 없고, 실제 사장인 정씨는 법적으로 묶일 권한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귀국한 뒤 서씨에게 포스코건설과 절대 합의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사장이 동의하지 않은 계약서를 서씨가 임의로 썼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하청업체 SP브라질과 맺은 합의서. 업체 사장은 합의서 작성 사실을 몰랐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체 없다던 관계자에게 왜 9억원 건넸나
합의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업체로부터 11억원의 손실액을 이자까지 더해 돌려 받아야 한다. 등기상 대표인 서씨가 지급을 약속했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서씨에게 20만헤알(8333만원)을 밀린 월급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포스코건설은 퇴직 정산금 명목으로 7만6392헤알(3118만원)을 줬다고 했다. 포스코건설은 합의서를 작성하고, 7일 후 돈을 지급했다. 그러면서 서씨와 한국인 노동자의 체류비와 귀국비용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건넸다고 했다. 
 
이상한 정황은 또 있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 4월15일 업체 사장인 정씨에게 9억8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했다. CSP브라질제철소 컨테이너, 식당, 철물제작장 등에 입은 손실액을 따져 합의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합의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업체로부터 11억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씨에게 합의금을 지급, 합의서 문구를 스스로 뒤집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까지도 손실액을 지급하라고 업체에 요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상생협력을 이유로 들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2015년 1월부터 정씨가 포스코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나빠졌다"며 "정씨의 손해도 인정되고, 이미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줬다"고 말했다. 
 
CSP브라질제철소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현황 명단. 정순표씨가 업체 사장으로 명기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씨, 포스코건설과 17년 인연…서씨는 바지사장 
그렇다면 합의서에 서명한 서씨는 누구일까. 서씨는 2013년 10월부터 등기상 업체 대표이자 법인장이다. 업체 사장인 정씨는 2012년부터 일용직을 그만둔 뒤 쉬고 있던 서씨를 브라질로 불러들였다. 초기는 현장소장을 맡으라고 불렀다. 정씨가 사업차 한국과 브라질을 자주 오가는 탓에 평소 지인이었던 서씨에게 등기상 대표이자 법인장 역할을 맡겼다. 월급 800만원에 고용된 직원이었다. 
 
정씨는 포스코건설과 오래 연을 맺은 건설업자다. CSP브라질제철소 건설사업도 포스코건설 직원의 제안으로 참여했다. 정씨는 브라질 현장에 들어가기 전 김성관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문건도 정씨 주장을 뒷받침한다. 본지가 입수한 'CSP브라질제철소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현황' 문서에 따르면 'SP브라질 사장 정순표'라고 명시돼 있다. 총 21개의 업체 목록이 담긴 명단은 협력업체 협의회가 작성해, 포스코건설에도 전달됐다. 정씨는 계약해지 직전인 2014년 10월3일까지 포스코건설 임직원을 만나 공사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씨는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의 직원을 거의 매일 만났고, 전무는 1주일에 한 번, 법인장은 2주에 한 번씩 만났다"며 "사장인 내게 알리지도 않고, 바지사장이었던 서씨와 맺은 합의서를 적법하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015년 2월6일 오전 김성관 포스코건설 사장과 2시간가량 면담했다. 합의서를 작성한 지 2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자리는 정씨가 공사 손실을 보상하라며, 포스코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만들어졌다. 이들은 사태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서로 노력하자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합의서에 대한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합의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11억원의 손실액을 갚으라고 정씨에게 요구할 수 있었다.
 
정씨는 지난달 포스코건설 본부장 A씨와의 면담 자리에서 합의서가 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합의서 작성일인 2014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건설은 합의서에 따라 11억원을 갚으라고 정씨에게 요구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심지어 정씨에게 9억원의 합의금을 줬던 자리에서도 합의서가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이 이 자리에서 합의서가 있는지 알리지 않은 이유는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업체 사장인 정씨 몰래 법인장과 포스코건설이 맺은 합의서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과 서씨 모두 합의서가 있는지 정씨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정씨는 합의서 존재를 알게 된 뒤 수차례 서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서씨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토마토>는 서씨의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포스코건설·SP브라질 사장 정순표 갈등 일지> 
2012년 4월 정씨 CSP브라질제철소 공사에 참여. 시공사는 포스코 공사 
2014년 3월 SP브라질 파업, 자재 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 63억원 보상 요구 
2014년 6월 SP브라질, 손실액 산정 이견으로 41억원으로 금액 낮춰 요구 
2014년 9월 SP브라질, 손실액 32억원으로 낮춰서 보전 요구 이후 액수 28억원으로 낮춰 
2014년 10월3일 정씨 공사중단 통보 
2014년 10월27일 포스코건설, SP브라질과 계약 해지 
2014년 12월12일 포스코건설, 등기상 대표인 법인장 서모씨와 합의서 체결 
2014년 12월19일 포스코건설, 서씨 등에게 금품 지급. 퇴직금 명목이라고 설명 
2015년 2월 정씨 포스코 사옥 앞 1인 시위 시작 
2015년 2월9일 김성관 포스코건설 사장과 정씨 면담 
2016년 4월 포스코건설, 정씨에 손실 보상에 합의 
2016년 4월30일 포스코건설 정씨에 9억8000만원 합의금으로 지급 
2017년 5월 정씨 포스코에 20억원 상당 추가 손실 보상 요구 
2018년 7월 정씨, 포스코건설 임원과 면담 중 합의서 있었던 사실 인지  
2018년 7월25일, 정씨 "합의서는 불법으로 작성된 합의서 주장" 
포스코건설 CSP제철소 협력업체 명단. 정순표씨가 SP브라질 사장으로 명기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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