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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토부-아시아나, 신규 LCC 저지 공모 의혹
아시아나항공 내부문건 단독 입수…LCC 정보교류·반대여론 조성 유착 정황
2018-08-09 07:00:00 2018-08-09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의 신규 진입 저지를 목적으로 상당 기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LCC 관련 정보와 동향을 제공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당국에 항공산업에 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여왔다는 주장이다.
 
8일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한 총 36장 분량의 아시아나항공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7년 4월10일부터 올해 1월23일까지 최소 9개월간 신규 LCC의 시장 진입과 항공운송면허 발급을 저지하기 위해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은 대외협력팀에 의해 작성됐으며 김수천 사장에까지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외협력팀(대관)을 동원해, 국토부로부터 LCC 관련 정보와 동향을 수시로 수집했다. 이 중에는 신규 사업자인 에어로케이가 2017년 4월 자본금을 변동한 내역, 플라이강원의 면허 재신청 세부사항 등 경쟁사가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항은 면허 신청을 위해 국토부에만 보고되는 것"이라며 "이를 아시아나항공이 속속들이 알았다는 점에서 당국과의 유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LCC의 진입을 가장 선두에 서서 막았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스토마토
 
문건에는 아시아나항공 대외협력팀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LCC 난립 여론을 조성'하고 '신규 LCC 설립 동향을 파악해 국토부에 주요 반대논리를 공유'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지난해 7월에는 국토부에 '신규 LCC 설립 관련 이해관계자 의견서'를 제출하고, 8월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통해 국내 항공업계 조종사 이탈을 억제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도록 한 내용까지 담겼다.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LCC 진입을 결사코 막으려 한 것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두 개의 LCC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경쟁사에 밀려 실적이 신통치 않은 마당에 새 사업자의 등장을 달가워할 리 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지난해 각각 1013억원, 9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잔치를 벌인 데 반해 에어부산의 영업이익은 345억원에 그쳤다. LCC업계 3위 자리도 티웨이항공에 내줬다. 같은 기간 에어서울은 2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호황을 즐기는 경쟁사들과 다른 길을 갔다.
 
국토부 2016년부터 '과당경쟁' 논리를 내세우며 신규 LCC 면허를 불허 중이다. 공교롭게도 국토부가 가장 마지막으로 항공면허를 허가한 곳은 2015년 12월 에어서울이었다.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이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7년은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가 국토부에 항공면허를 신청한 시점이기도 하다. 플라이강원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에어로케이는 첫 번째 신청이었다. 하지만 양사는 국토부로부터 심사가 두 차례 연기된 끝에 그해 12월 최종적으로 면허가 반려됐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우리가 생산한 문서는 맞다"면서도 "LCC 관련 내용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취재팀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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