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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성공 가로막는 '의료쇼핑'…정부 '속수무책'
국민 1인당 진료 횟수 OECD 평균 2배…재정 우려 현실화
2018-07-12 16:34:47 2018-07-12 16:34:47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재정을 위협하는 의료쇼핑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비교해 병원 방문 횟수가 지나치게 많아 국민들의 건보료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오른쪽)은 지난 5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만나 문재인 케어를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보건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수진횟수)는 연간 17.0회에 달한다. 이는 OECD회원국 평균인 7.4회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일본(12.8회), 헝가리(11회), 독일(10일), 스페인(7.6회) 등에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재원일수도 OECD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의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18.1일로 OECD 평균인 8.3일보다 9.8일 길었다. 평균재원일수는 환자 1인당 입원 허가를 받은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병원에 머무르는 일수의 평균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진료환경이 건강보험료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발표할 당시 가장 우려됐던 대목이 건보료 부담이었다. 우리나라 의료문화 특성상 감기와 배탈 등 경증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국민들이 많아 무조건적인 지원은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지적이었다. 문 케어는 2022년까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등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문 케어가 시행되면 의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입원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이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기관 이용량이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적 장벽으로 억제돼 있던 잠재적 의료 수요까지 가시화되면 정부가 추계한 비용을 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정부는 건보료를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인 3.2% 수준으로 맞춰도 충분하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18년도 건보료를 현행 소득의 6.24%에서 6.46%로 올려 3.49% 인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본인 부담금)는 기존 10만6242원에서 10만9988원으로 3746원, 지역가입자들은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가 9만4284원에서 9만7576원으로 3292원 오르게 된다. 직장인들의 경우 임금 인상분이 매년 평균 3%에 달한다는 점에서 실제 인상 효과는 6% 이상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문 케어가 본격화돼 입법조사처 보고서대로 잠재적 의료 수요까지 발생하면 건보료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의료쇼핑을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 누수를 막지 못하면 국민의 건보료 부담 증가가 매우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최근 비용의식이 낮아진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2017 한국 의료 질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지리적, 대기시간 등의 이유로 필요시 의료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감소했지만, 경제적 이유만으로 의료이용을 포기한 비율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 케어가 국민 보건을 위협하지 않지만 건보료 부담이 큰 경증 질환까지 확대 지원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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