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기업설명회서 '지배구조' 재언급
주주 추천 사외이사 하반기 선임 등 계획 구체화…시장 소통 강화
입력 : 2018-07-12 15:41:54 수정 : 2018-07-12 15:41:55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자동차가 두 달만에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 언급했다.
 
현대자동차는 12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해외 기업설명회(IR) 보고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Restructuring : Streamlining Corp. Structure for Sustainable Growth)을 적시했다.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적으로 다시 언급한 것은 지난 5월21일 중단 결정 후 처음이다.
 
제목에 중점 사항(Key Focus)으로 한 줄 표기했고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단, 이제까지의 IR과 달리 기술 개발 동향 중심이 아닌 주주 환원 정책 플랜에 초점을 맞췄다. 이례적으로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이사회 멤버들의 사진과 소개도 넣었다. 특히 정 부회장에 대해서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라고 소개했다.
 
주주 환원 정책으로는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하면서 올해 목표치를 52%로 소폭 상향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27%)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연말 배당금 상향 조정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환원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해외 IR을 통해 '지배구조'를 다시 언급했다. 자료에는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멥버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넣었다. 사진/IR 자료
 
아울러 현대차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적시했다. 새로운 사외이사는 내년 3월 주총을 통해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2019년까지 선임한다는 기존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후보자 선발을 위해 거버넌스(공공 경영) 전문가로 자문 패널을 구성하고 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다.
 
자문단이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후보 중 법적 자격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3~5명의 후보군을 추리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한다. 주주 추천 사외이사는 투명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임기는 3년이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도 내년 하반기 동일한 절차를 거쳐 2020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올해 3월 주주 추천 사외이사로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길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열린 현대글로비스 기업설명회에 참여해 현재 사업 현황과 기업 거버넌스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가졌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서두르기 위한 주주 달래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단을 발표하면서 "여러 주주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주주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고 주주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5월29일 ' 하나금융투자 Corporate Day', 지난달 14일 ' 한국투자증권 Conference', 지난달 25일 'UBS Korea Conference 2018' 등에 잇따라 참여해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1:1 및 소그룹 면담을 갖고 자동차 시장 동향 및 회사에 대한 주요 관심사항을 공유하며 소통에 나섰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12일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협력, 모든 경영활동에 있어 사회 공유가치를 창출하는데 힘쓰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안팎으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건상상태가 좋지 않아 정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서둘러야 하는 동시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앞세운 정부의 재벌 규제 강화 기조에도 대응해야 한다. 회사 안팎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연내 추진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연말에 수정된 계획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인데 이 회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도입 전 29.99%로 낮아져 대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분율 요건을 20%로 낮춰 글로비스를 다시 규제 틀로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어내기 대기업 총수일가들이 주력·핵심 계열사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빨리 매각해야 할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조사와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유럽상공회의소 초청 오찬간담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으며, 지난 11일 한 경제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정 부회장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지배구조나 비즈니스 쪽에서 성공 신화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현금화해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당초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중 10.01%를 처분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던 기존 방안 대신, 현대모비스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거나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치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28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철회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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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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