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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취향저격' 적중…2030, 삐에로쑈핑 줄서기
젊은층 오프라인 매장으로…언택트 쇼핑에 호응
2018-07-09 16:34:58 2018-07-09 16:35:1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정용진 부회장 '펀한 쇼핑' 야심작이 초반 빛을 발한다.
 
이마트는 ‘삐에로쑈핑’이 개점 열 하루 만에 누적 방문객(자체 추산) 10만명(총 11만명)을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 촬영, 절대 환영’이라는 매장 콘셉트에 걸맞게 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2만5000여건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개점 후 열흘이 지난 8일에도 오후 1시부터 매장 입구에 입장 줄이 서기 시작해 50m까지 이어졌다. 개점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30일에는 입장 줄이 150m까지 늘어서 고객 안전을 위해 입장 제한 시간을 둘 정도였다.
 
주렁주렁 정신없이 매달린 상품들, 곳곳에 나붙은 ‘키치(Kitsch)’적 유머코드의 문구들. ‘혼돈의 탕진잼 블랙홀’이라는 이 매장 콘셉트가 10~30대 감성을 관통하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온라인 쇼핑이 4년 뒤 189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표)이 나오는 등 유통업계는 'e커머스'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와중에 이마트는 집객에 촛점을 둔 오프라인 쇼핑 혁신에도 힘을 쏟으며 역발상을 시도했다.
 
일례로 잘 정돈된 매장에서 직원들에게 상품을 추천받기보다 복잡하게 매장을 구성해 직접 보물찾기 하듯 상품을 찾아보고 놀듯이 자유분방하게 만지고 써볼 수 있는 '언택트(Untact, 비접촉)' 쇼핑 방식을 적용했다. 이런 재미가 10대~20대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적 '엄숙주의'를 벗겨나가는 최근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쉬쉬하며 판매했던 성인용품을 양지로 이끌어내고, 흡연자들의 편의를 극대화해 지하철 객실 콘셉트의 흡연실을 도입하는 등 파격적 시도들도 이목을 끈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를 통한 명품 직소싱, ‘일렉트로마트’를 통한 체험형 매장, 고급 신변잡기 키덜트 전문점인 ‘하우디’ 등 다양한 MD 실험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져왔다. 그런 노하우가 결집된 삐에로쑈핑은 젊은층이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도록 만든 게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이는 실제 지표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지난 열흘간 매장을 방문해 신세계포인트카드를 사용한 고객 데이터와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고객 비중이 각각 17.3%와 36.8%로 절반 이상(54.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대 고객이 많은 삐에로쑈핑 특성상 전체 구매 고객의 30% 가량만이 신세계포인트카드 회원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마트(32.2%) 대비 21.9%포인트 높다.
 
MD별 매출 구성비 역시 식품이 27.1%, 화장품·리빙·애완이 29.9%, 가전·토이·베이비가 21.5%, 패션이 21.5%를 차지하며 장르별로 고른 판매 비중을 나타냈다. 이는 이마트가 식품(54.3%)에 절반 이상 편중되고 나머지 화장품·리빙·애완이 17.8%, 가전·토이·베이비가 14.4%, 패션이 13.5% 순서로 3등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곳곳에 포진된 ‘킬러 아이템’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장 시선을 끄는 매장 입구 '아일랜드' 공간에서 3~7일 동안만 짧게 치고 빠지는 '스폿(Spot) 판매'가 두드러졌다. 100원~200원짜리 과자(초콜릿, 초코바 등)의 경우 열흘간 3만3000개가 팔려 나갔으며, 7000원짜리 '팬콧(Pancoat. 브랜드명)' 티셔츠는 평일에 2700여장, 주말에 3200여장의 판매고를 기록했을 정도다. 또한 '도라에몽' 낮잠쿠션(1900원), 3만원대 나이키 운동화, 1000원짜리 라면(5입) 역시 하루 평균 500개 이상이 팔려나갔다.
 
관심을 끌었던 성인용품도 의외의 결과를 냈다. 이마트 자체 추산 결과 ‘여-여’ 고객 비중이 60% 가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남-녀’ 비중은 30% 가량, 쏠로남과 ‘남-남’ 비중은 10% 가량을 이뤘다.
 
명품 역시 185만원짜리 프라다 가방이 실제 판매가 이뤄지는 등 누적 매출 7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일 매장을 방문한 지은솔(20)씨는 “평소 일본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 1년에 5번 정도 방문해 싹쓸이 쇼핑을 하고 온다. 그러나 이제 발품 팔 필요없이 서울에서도 일본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 원지아(27)씨는 “아직 중국에는 이런 매장이 없는데,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이 있는 삼성동에 필수 코스로 삐에로쑈핑도 추가될 것 같다”고 했다. 
 
유진철 이마트 삐에로쑈핑 BM은 "국내 첫 선보인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이 출범 초기 성공 안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하반기 중 동대문 '두타'에 개점하는 2호점 역시 필수 방문 코스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삐에로쑈핑이 개점 11일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넘었다. 사진/이마트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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