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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중소기업’과 주 52시간근무
2018-07-09 08:00:00 2018-07-09 08:00:00
2004년 주 5일제 근무가 시행되었다. 이후 14년이 지나 이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사실상의 주 5일제에 다가선 것이다. 그간 우리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2016년)은 2052시간이 넘어 OECD 평균 1707시간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노동생산성과 근무효율성 저하, 삶의 질 하락, 높은 산업재해와 자살률의 원인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장시간 근로는 근로집중으로 새로운 일자리창출에 장애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에 대한 주당 총 52시간의 근로시간제는 의미가 크다 하겠다. 2020년 1월 1일부터는 50~299인 사업장에, 그리고 2021년 7월부터는 5~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며 5인 미만은 적용에서 제외된다. 총 근로시간을 초과 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따라서 기업주는 초미의 관심을 갖고 그 파급효과와 대응책을 살피느라 골몰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운용의 제약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근로자들 역시 개인의 득실을 따져야 할 상황이다.
 
비록 이 제도가 당장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1차 적용대상인 대기업에 위반 시 처벌을 6개월 유예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속출하지 않도록 현장대응의 기회를 주어 충격을 최소화하고 동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정부입장에서도 아직 제도시행의 준비가 미흡한데 자칫 법 위반자가 대량 발생하는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가 대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여 유예조치를 한만큼 이들이 주52시간제 시행에 보다 적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제외되며 오히려 소득수준이 높은 대기업·공기업의 근로자들이 여유시간을 활용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소상공인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2~3년 후에 적용대상이 되는 종업원 5~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근무제도나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줄어드는 시간의 노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통해 제도시행의 보완점을 살펴본다면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에서 착오나 부작용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노사가 함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예방하여 제도의 근본취지인 기업의 효율성 증대, 개인의 근로만족도 제고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내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휴게 및 대기시간, 교육·출장·회식시간 등에 대한 근로인정여부는 물론 업종별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계절요인, 부정기적 생산주문요인, 임금지급유형, 단기적 노동확대 등 세밀한 부분도 파악해야 한다. 기업도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제를 고려해야 한다.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특정 근무일에 노동시간을 늘리면 다른 근무일에는 줄이는 '일정기간(2주 또는 3개월) 평균노동시간'을 법정 한도에 맞추는 제도다. 이를 위해 노사 간에 근로계약, 취업규칙, 합의서 등에 대한 검토와 특정계절이나 기간에 집중 근무해야 하는 프로젝트성 산업이나, 날씨에 영향을 받는 농업이나 건설업, 연속근무를 하는 게 효율적인 정보통신(IT) 업, 외국과의 공동사업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미 1차로 대기업의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신규고용 시 1인당 6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키로 하고 2020년부터 300인 미만 기업이 이 제도를 6개월 이상 앞당겨 도입하면 신규채용인건비를 1인당 월 최대 100만원 3년간 지급한다. 이러한 지원과 더불어 중소기업에서 바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취업규칙 상 현행 2주를 6개월로, 노사합의 시 3개월을 1년으로 늘려주어야 한다.
 
유럽연합이 주당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지침을 만든 게 25년 전, 노르웨이는 100년 전이었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수준의 근로시간을 정하게 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1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산업재해감소와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어 국민행복도가 올라가길 바란다.
 
이의준 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yesnf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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