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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 현장) ‘공작’, 우리가 전혀 몰랐지만 분명히 실화다
윤 감독, 과거 안기부 영화 준비 취재 도중 ‘흑금성’ 존재 포착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 “이 영화 실화란 사실 놀라워”
2018-07-03 12:24:02 2018-07-03 12:24: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실화다. 스파이가 주인공인 첩보 영화다. 007 스타일의 액션을 예상했다면 틀렸다. 긴장감 넘치는스릴러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말의 액션’이라고 불렀다. 장르 영화 속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뽐내온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이른바 ‘연기 괴물’ 4인방이 모두 모였다. 이 정도면 최소한 영화 ‘공작’의 아우라는 믿고 봐도 될 정도임은 충분해 보인다.
 
3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는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과 주연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했다.
 
 
 
이날 윤종빈 감독은 ‘공작’의 첫 출발을 호기심이란 단어로 설명했다. 그는 “안기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려고 취재를 하던 중이었다”면서 “그때 우연한 기회에 ‘흑금성’이란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그 존재를 파고들면서 너무 놀라웠다. 이 영화의 첫 출발은 호기심이었다”고 전했다.
 
스파이 첩보영화이면서도 ‘공작’에는 사실 큰 액션이 없다. 남북 관계를 그린 기존 영화들은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을 부가적으로 첨가해 왔다. 반면 ‘공작’은 전혀 그런 장면들이 없다. 윤 감독은 “실화다. 그래서 액션을 넣을 수가 없었다”면서 “액션을 넣으면 기댈 부분이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액션을 전혀 넣지 않아서 기댈 곳이 없다.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됐다. 결국 정공법으로 가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가 주는 긴장으로 콘셉트를 잡았다”면서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연출 콘셉트였다. 나는 이 영화에는 액션신이 없지만, 대화 장면을 액션신처럼 찍고 싶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북한 진입 장면에 대한 촬영 고민도 전했다. 그는 “흑금성이 북한에 들어가는 지점부터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장면이 가짜라고 보이면 이 영화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실제 평양에서 촬영을 할 수 없으니 그 장면을 정말 고민을 많이 해 촬영했다”고 전했다.
 
영화 속 주인공 ‘흑금성’을 연기한 황정민은 ‘공작’이 실화였단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는 “이야기 자체에 대해 놀라운 점도 있었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이게 실화였단 점이다”면서 “’실화’란 말을 들었을 때 ‘에이 설마’라고 실제로 그랬다. 이 얘기를 몰랐던 분들과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겠다”고 전했다.
 
영화 '공작'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스파이 역할에 대한 고민과 노력도 전했다. 그는 “진실을 얘기하면 상대방에게 편하게 얘기를 하는데, 진실인 것처럼 거짓을 얘기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의 2차적 속내를 알아야 한다. 그걸 알게 하기 위해 중첩된 그런 감정들이 표현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인 조진웅 역시 ‘공작’이 실화였단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는 “언제나 윤 감독의 세계관은 매력적이다. 항상 윤 감독과 작업을 할 때면 ‘내가 무슨 역할이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안기부 요원이라고 했다”면서 “선입견이 들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봤더니, 이건 얘기가 아니라 안기부 기획실장으로서 보고서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놀라워 했다. 이어 “’이게 정말 실화였냐’고 물었다. 그럼에도 난 ‘설마’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부하 직원에게 보고 브리핑을 받는 느낌이라 소름이 끼쳤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진웅은 “보통 사람들보다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단 점에 화가 났었다”면서 “그래서 더 곱씹어 전달해야겠단 의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작’을 통해 데뷔 이후 첫 군인 캐릭터이자 북한 사람을 연기한 주지훈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일단 말투가 너무 어려웠다”면서 “그리고 헤어스타일도 일자 구레나룻으로 특징을 줬다. 군복과 총기도 실제감을 주기 위해 실체 총의 무게를 갖게 했다. 너무 무거웠다”고 웃었다. 이어 “겨울에는 그래도 옷 때문에 버틸 만 했는데,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걸 실제로 경험했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영화 '공작'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북한 고위층을 연기한 이성민 역시 전례 없던 캐릭터 연기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난 기본 적으로 나와 닮은 부분이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고 내가 갖고 있는 걸 재활용해 연기를 한다”면서 “근데 이번 캐릭터는 나와 달라서 연기할 때 극심하게 힘들어했다. 감독님이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지만, 나만 숙소에서 힘들어했다. 그런데 촬영 후반부에 알게 됐는데 모든 배우들이 다 그러고 있더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윤 감독은 “‘공작’은 어떻게 보면 지난 20년간 남북 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면서 “냉전이 한창일 무렵부터 고 김대중 대통령으로 인해 다시 물고가 트인 시기까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마무리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국내에서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 점에서 기획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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