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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보험업계, 펫보험 활성화 '동상이몽'
당국 "판매채널 확대 먼저" vs 업계 "반려동물등록제 강화 필요"
2018-06-11 16:12:09 2018-06-11 16:12:09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당국이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에 맞춰 펫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반려동물등록제의 보완이 우선이라는 업계의 시각과 판매 채널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화재(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현대해상(하이펫애견보험)·NH농협손해보험(반려동물장제비보험)·롯데손해보험(롯데마이펫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보험(펫사랑M정기보험)등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들 보험사의 펫보험 가입자는 업체당 연간 수백건에서 많아야 1000여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A보험사의 경우 2008년 펫보험 판매 이후 2015년 1016건으로 처음 1000건을 돌파했지만, 지난해 850건으로 다시 감소하며 좀처럼 판매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애견샵이나 동물병원에서 펫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TF’를 통해 펫보험 등을 판매할 수 있는 특화보험사의 설립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펫보험이 확대에 대한 보험업계의 시각은 어두운 상황이다.
 
펫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의 확인·등록을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통한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의무 등록임에도 불구하고 등록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펫보험이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책을 활용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등록제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조율이 먼저라고 말한다.
 
보험권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농림식품부 등록이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등록하는 비율이 적어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태료를 높여 등록률을 활성화 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와의 협조를 고려하지 않아 반쪽 성공에 그친 금융당국의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 헬스케어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의료인만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된 현행 의료법에 가로막혀 걸음걸이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등 단순한 상품만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출범한 ‘의료행위 범위 판단을 위한 민관합동 법령해석 태스크포스’의 논의 진척도 지지부진 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규제안을 발표하고 대부업의 TV광고를 제한하려 했지만 온라인광고의 자율사전심의를 맡은 한국대부금융협회에 관련 규제가 없어 PC나 모바일 등 인터넷을 통한 광고가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터넷은행도 은행권 금리인하 등 성과를 이뤘지만 금산분리에 가로막혀 혁신적인 상품 출시가  불가능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새로운 정책발표에 급급하며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새로운 정책을 낼 때마다 이를 금융당국의 업적으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펫보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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