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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되살아난 명동역의 활기
2018-06-11 16:12:32 2018-06-11 16:12:32
요즘 출근길 버스 안팎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동대문을 거쳐오는 421번 노선버스 안에서 일본말이나 중국말이 종종 들린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는 근처 호텔에서 나온 외국인 관광객에게 명동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날도 있다. 몇 번 버스를 타라거나, 택시로는 얼마 정도가 나온다는 식이다. 버스가 충무로역을 거쳐 명동에 이르면 명동역 2번출구에 눈길이 간다. 단체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큰 무리를 이루며 아침시간 활기를 더한다. 맞은편에는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알리페이(모바일 결제시스템) 간판을 단 공간도 등장했다.
 
줄어들줄 모르고 커지기만하는 여행수지 적자를 몸으로 느끼게 했던 지난해 명동역 풍경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는 171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수가 급감한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도 크게 늘어난 결과다. 내국인 출국자수(약2650만명)도, 관광지출(약29조원)도 어느 해보다 많았다. 
 
엉뚱하게 애국심을 들먹이며 국부 유출이 걱정된다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국민들을 돌려세워야 한다는 말은 보태고 싶지 않다. 어떻게 우리나라로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잦아진 이유로 원화강세를 꼽기도 하는데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다양해진 여가소비 방식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무총리실에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만들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국내 관광 편의제고를 토대로 한 관광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음식·숙박업 등 관광과 밀접한 업종이 부진한 점, 이들 업종이 고용창출효과가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보다 힘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아직은 막연한 기대감이지만, 모쪼록 최근 조성되고 있는 평화 분위기가 잘 살아나 세계인들 사이에 '한국에 가봐야 할 이유' 하나가 늘기를 바란다. 최근 만난 한 경제관료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결정된 것을 크게 애석해 했다. 4월 남북정상회담 때만해도 외신을 포함한 취재진 수천명이 일산에 다녀가면서 인근 호텔과 식당에 보탬이 됐는데, 북미정상회담까지 판문점에서 열리면 단기적인 효과에 더해 역사적인 장소로서, 또 여행지로서의 의미도 커지지 않았겠냐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제고 효과를 염두에 둔 아쉬움이었다.
 
무르익는 '한반도의 평화' 바람과 함께 421번 노선버스도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한고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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