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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탐정: 리턴즈’ 성동일, 넋살 좋은 연기 기술자의 덕담
“혼자 있는 것 싫어하는 나…전편 분위기 다시 느끼려”
“나와 권상우 늙어서 죽더라도 ‘탐정’ 시리즈 계속되길”
2018-06-04 14:57:05 2018-06-04 14:57: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코미디와 가장 어울리는 배우가 누구인지 떠올려 본다. 연기파 배우 몇 명의 이름이 도드라진다. 그럼 인간미가 넘치는 배우가 누구인지 떠올려 본다. 그 역시 몇 명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럼 코미디와 인간미 그리고 연기까지 보장된 배우가 누구일까 떠올려 본다. 어떤 이유와 조건을 가져다 들이대도 결론은 한 명이다. 배우 성동일 뿐이다. 1998년 SBS 드라마 ‘은실이’를 통해 ‘빨간 양말’로 인기를 끌며 길고 긴 무명의 터널을 벗어났다. 이제 그는 충무로에서 그리고 안방극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배우가 됐다. 물론 ‘빨간 양말’ 이미지를 벗는데 무려 8년의 세월이 걸렸단 얘기도 전한다. 지금의 성동일. 그저 대중적 코드와 웃음을 자극하는 ‘오버 연기’의 산물이 아니었단 얘기다. 그래서 영화 ‘탐정: 리턴즈’의 재미가 단순하고 휘발성이 강하지만 그의 존재감이 뚜렷한 것도 이유가 될 듯하다. 하물며 이 영화뿐이겠나. 성동일의 존재감이.
 
지난 달 말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성동일은 언제나처럼 유쾌하고 즐겁고 또 수다스러웠다.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수다스러움이 어찌 보면 가벼움의 다른 말로 다가설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성동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쏟아내는 말 속에 분명한 자기 확신을 갖고 있었다.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난 한 시도 가만이 있지를 못해요. 가만히 있으면 몸에서 병이 나는 것 같아.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서 ‘하나 둘 셋’ 하면 벌떡 일어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녀요. 그럼 와이프가 ‘얼릉 나가, 나가서 사람 만나서 술이라도 한 잔 해’라면서 절 내보내요. 이게 천성인가 봐요. 난 일을 안 하면,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나요. 와이프도 당연히 알아. 이런 내 성격을. 집에 TV도 없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술 마시는 것 좋아하고. 그렇다고 주사를 부리지도 않고. 그러니 와이프가 ‘아 저 사람에겐 술 먹는 게 스포츠구나’ 뭐 이렇게 인식하는 거지. 하하하.”
 
전 날에도 늦게까지 ‘탐정: 리턴즈’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인천의 성동일 집에 모여 북적거리며 회식을 즐겼단다. 언제나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고 혼자인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 탓에 끊임 없이 일을 하고 또 끊임 없이 사람들과 함께 함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작품도 만나고 좋은 인연도 끊이지 않는 듯 한 것 같단다. ‘탐정: 리턴즈’도 그에겐 좋은 인연이다. 좋은 관계이기도 하고.
 
“전편에서 바뀐 건 스토리와 감독님뿐이었죠. 스태프들도 전부 그대로 다시 참여했어요. 그때의 분위기가 너무 기억에 남아요. 탐정이란 소재가 국내에선 많이 없잖아요. 전편 개봉일에 관객이 5만명이 들었어요. 그때 나와 상우가 죽기 살기로 매달렸어요. 전국을 거의 다 돌았어요. 나중에는 나와 상우가 스태프들 없이 둘이 돌았다니까요. 그렇게 전편이 262만이 들었죠. 우리 노력인지 우리가 즐거웠던 재미를 관객분들이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기억이 남아요. 그리고 2편이 제작된다는 데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언론 시사회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많은 것을 전부 한 쪽으로 밀어놓고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한다는 좋은 평가가 쏟아졌다. ‘설렁탕 한 그릇 값보다 못하면 안된다’는 심정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맏형 성동일은 혼신을 다했다. 워낙 예측 불허의 연기 패턴을 갖고 있어서 관객들도 어쩌면 그런 성동일의 연기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이번 ‘탐정: 리턴즈’에선 뒤로 빠진 채 조금은 관망하는 태도로 극을 이끌어 갔다.
 
“전편이 상우와 나의 ‘톰과 제리’식 코미디라면, 이번 속편은 (이)광수가 투입됐잖아요. 내가 뭐 나서서 호들갑 떨 나이도 아니고. 두 녀석들 놀라고 난 뒤로 빠져 줬죠. 그렇다고 내가 처다만 본 것은 아니에요(웃음). 뭐 상우하고는 워낙 호흡이 잘 맞았으니 상관없었고, 광수랑도 드라마 ‘라이브’를 하면서 아주 친해졌었죠.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 모두 전편에서 이어왔으니 딱히 호흡이랄 것도 없었어요. 그냥 놀러 가는 기분이었으니.”
 
‘탐정: 리턴즈’에선 각각 배우들의 순발력 높은 애드리브가 난무한다. 물론 불필요한 ‘웃기려고 난발된’ 애드리브는 없다. 상황과 상대 배우와의 동선 및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적절한 애드리브가 사용됐다.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애드리브 황제’로 불리는 성동일의 센스는 ‘탐정: 리턴즈’의 맛깔스런 장면을 완성하는 분명한 양념이 됐다. 그는 그럼에도 손사래다.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당연하죠. 전체 흐름을 벗어나는 애드리브는 오버에요. 이번 현장에선 나와 상우가 어쩔 땐 카메라 위치와 조명까지 직접 맟췄어요. 왜? 우리가 움직이는 동선을 우리보다 누가 더 잘 아나요? 셋팅 다 해놓고 감독과 촬영감독 및 스태프에게 이 장면에서 이렇게 할거다 상의를 해요. 내가 대본을 잘 안봐요(웃음) 그래서 리허설을 아주 중요하게 여겨요. 그때 다 맞추는 거지. 영화에서 나와 상우 중간에 광수가 앉는데 ‘푹’하고 꺼지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진 거에요. 하하하.”
 
물론 넘치는 애드리브 본능과 감독의 성향 그리고 뜻하지 않은 편집으로 아쉬운 지점도 있단다. ‘탐정: 리턴즈’의 재미는 전편을 능가하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보장한다는 성동일이다. 자신의 작품은 웬만하면 다시 보지 않는 그가 이 정도로 보장한다니 믿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몇몇 장면이 정작 상영버전에선 통편집이 돼 아쉽기도 하단다.
 
“한 이틀 정도 찍었나? 엄청난 액션 장면을 찍은 게 있어요. 내 나이에 다시는 도전해 보지 못할 정도의 수위가 높은 액션이었는데 그 분량이 통으로 빠졌더라고. 또 동욱이(광역수사대 팀장)이가 찾아와 술 먹는 장면도 빠졌어요. 그게 있어야 좀 부드러워지는 맛도 있었을 텐데. 그런데 상영 버전을 보니 내가 반문을 못하겠더라구요. 시사회 날 옆자리 상우에게 ‘편집 기가막히다’라고 했으니. 지금으로선 감독님이 그렇게 선택한 게 옳아요. 무조건. 이번에 편집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알게 됐죠.”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익히 알려져 왔고 또 그래왔지만 성동일은 언제나 자신을 낮춰 말한다. ‘생계형 배우’ 혹은 ‘기술자’라고 말한다. 그저 ‘단가만 맞으면 난 간다’는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의 이런 가벼운 말을 문자 그대로 듣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는 후배들에게 또 자신에게 정한 몇 가지 규칙이자 약속을 말했다. 그건 비단 연기를 업으로 하는 배우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새겨 들을 만한 말이었다.
 
“난 이 일을 쉬지 못해요. 아니 쉴 수가 없어요. 누구는 ‘재충전의 시간’이라며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을 쉬는데 난 그런 레벨도 아니고.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내가 이 일을 할 때의 보람? 내 가족이 뭐 먹고 싶다고 할 때 ‘그래 먹어’라며 돈 걱정 안하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현재를 지키고 싶어요. 날 지켜주고 날 지탱해주는 게 우리 가족인데 그 가족이 원하는 것을 맘대로 해줄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일 아닌가요? 배우? 연기에 대한 욕심과 만족? 배우는 기본적으로 그냥 기술자에요. 자신만의 기술로 배역을 만들어 내서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그거면 되지. 누굴 가르치려 들면 안되요. 돈 내고 오는 사람들 짜증나게 하면 되나요? 그건 아니야. 난 재미있는 기술자가 되는 게 최종 목표에요.”
 
‘탐정’이란 이름으로 두 편이 등장했다. 이제 성동일과 권상우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 시리즈가 길고 길게 갔으면 한단다. 권상우가 우스갯소리로 ‘성동일 선배가 언어 인지력이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앞으로 내가 몇 년을 더 해 먹을지는 몰라요. 그저 몇 발짝 움직일 힘도 없을 때까지 하고 싶은 바람은 있어요. 그리고 더 나이 먹고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이 나 대신 ‘노태수’로 들어와서 했으면 해요. 그리고 권상우도 늙어서 빠지면 또 다른 배우가 그 자리 대신하고. 오래 갔으면 해요. 이 시리즈가.”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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