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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보안시장 경쟁 가열…중기업계 "대기업 우회진출 차단해야"
공공영역 대기업 진출 제한, 사실상 무용지물…중기 보호장치 실효성 제고 필요
2018-06-03 10:18:01 2018-06-03 10:18:01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물리보안사업에 본격 뛰어들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 간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만큼 출입통제와 CCTV 등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영역에 대기업이 우회진출해온 것을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게 중기업계의 입장이다.
 
SK텔레콤은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함께 ADT캡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7020억원을 투자해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하고, 맥쿼리는 5740억원으로 지분 45%를 보유하게 된다. 부채를 보함한 총 인수액은 2조9700억원이다. 2013년 2조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ADT캡스 인수를 포기했던 SK텔레콤이 1조원 오른 금액에 인수를 결정할 만큼 의지가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의 이번 인수는 이동통신사업 매출이 정체기에 머무르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인경비업체는 통신망을 사용하고 이용료로 매출의 약 20%를 통신사에 주고 있다. 통신사가 무인경비 사업에 직접 뛰어들면 기존에 가진 망을 이용해 손쉽게 매출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실제로 KT가 물리보안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꾸준히 시장에 관심을 보여왔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도입한 차세대 보안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업계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에 따른 경쟁 심화로 군소업체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에스원과 ADT캡스 인수로 2위로 올라선 SK텔레콤이 기존 주력사업인 무인경비 외에 중소기업 영역으로 분류되는 출입통제와 CCTV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일 경우 중소업체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에스원은 무인경비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2005년부터 출입통제와 CCTV시장에 진출해 통합 서비스로 판매해왔다. 무인경비를 이용하면 출입통제와 CCTV를 무료료 제공하는 대신 월 2만원을 더 받는 식이다. 에스원의 시장 진출로 인해 출입통제 솔루션을 판매하던 업체 500여개 중 60% 이상 파산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국내 CCTV 업체들 역시 대기업 진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8년 대기업 진출 제한을 위해 출입통제와 CCTV, 주차관제 등이 중기 보호품목으로 묶였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공기관이 해당 영역에서 발주할 때 중소기업자간 경쟁하도록 한 제도인데, 대기업이 무인경비와 출입통제, CCTV 등을 결합해 무인경비출입통제서비스라는 이름을 붙여 법망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발주자 입장에서 중기 조달품목으로 신청해 출입통제 등을 구매하는 대신 대기업의 무인경비를 이용하면 다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고 월정액을 내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에스원은 한국도로공사와 국회 사업을 따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공공사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발주를 성사시키는 대신 계열사 계약에서 시장가격의 최대 10배 가량의 이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으로 손익을 만회한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에스원과 같은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동안 묵인됐던 대기업 우회진출을 철저히 차단해야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특히 ADT캡스는 외국계 기업으로 공공영역 진출에 그동안 제한이 있었지만 SK텔레콤에 인수되며 여지가 생긴 상황이다. 대기업 중심의 무인경비 시장에서는 계열사 외의 주요기업 진출에 한계가 있는 만큼 SK텔레콤 역시 공공 영역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중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대기업 간 경쟁으로 이어져 그간 중소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통한 상품 개발로 만들어온 선순환 생태계가 깨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CTV의 경우 과거 한국이 테이프 녹화에서 메모리칩으로 전환을 이끌 만큼 전 세계 강국이었고 수출 효자상품이었지만, LG전자와 삼성테크윈이 진출한 이후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글로벌 기술력이 크게 뒤처졌다. 대기업은 점유율 확대를 통한 시장 장악에만 관심이 있는 한편 중소기업은 대기업 납품으로 사업방식이 바뀌면서 기술개발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후 시장이 정체하자 대기업들은 사실상 사업을 접었고 그 사이 중소기업 생태계는 무너졌다"며 "출입통제 시장 역시 계열사 지원을 받는 대기업이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면 매출 확대와 순이익 증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산업이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중구의 SKT타워.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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