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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탐정: 리턴즈’, 이유불문 ‘그냥 재미있다’
전편과 달리 캐릭터 설명 없이 빠른 사건 전개
불필요한 복선 반전 배제, 간결한 스토리 구성
2018-06-01 10:46:18 2018-06-01 22:40:0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상업영화의 미덕을 찾자면 한 두 가지로 설명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가지, 그저 ‘딱’ 한 개만 꼽자면 ‘재미’를 선택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영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리턴즈’는 그 ‘딱’ 한 가지만 바라보고 달린다. 군살도 없다. 불필요한 설명과 수식은 생각도 안한다. 재미를 위해 ‘억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장르 영화 전개를 배제한 흔적도 없다. 독특함과 새로움의 관점에서도 ‘탐정: 리턴즈’는 사실 동어 반복적이다. 그저 적당히 선택했고 적당히 따라간다. 그런데도 재미가 있다. 이런 저런 설명을 가져다 붙인다고 한들 의미 자체가 불필요한 ‘팝콘무비’다. ‘시간 때우기’에 가장 적합한 2시간짜리다. 그저 재미라면 ‘탐정: 리턴즈’가 그것을 보장하고 있단 증거가 된다. 오랜만에 멋 부리지 않은 ‘척’하지 않은 상업 영화란 점에서 이 영화는 재미의 미덕을 가장 충실하게 증명한 결과물이다.
 
 
 
2015년 개봉해 262만을 동원한 ‘탐정: 더 비기닝’의 속편이다. 속편 제작 필수인 전편의 파격적 흥행 숫자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속편은 전편의 애매함을 만회하려는 듯 작정하고 잽을 난무한다. 그렇다고 슬랩스틱의 무의미함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장르 상업 영화가 잊어버린 ‘기본에 충실하자’란 점을 오롯이 집중했다. 전편이 강대만(권상우) 노태수(성동일)의 캐릭터 구축에 힘을 쏟아 다소 힘이 빠진 결과물로 막을 내렸다면 이번 속편은 구축된 캐릭터 위해 사건 하나만 놓고 전력투구를 한다.
 
영화는 전편 마지막 장면 ‘탐정 사무소 오픈’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바람처럼 번듯한 탐정의 모습은 없다. 아내 몰래 만화방까지 처분하면서 탐정에 올인한 강대만도, 경찰서 휴직계까지 내고 탐정에 뛰어 든 노태수도 그저 눈치밥이다. 집에선 아내의 눈치밥, 밖에선 경찰의 눈치밥, 사무실에선 속도 모르고 날리는 파리의 눈치밥이다. ‘그래도 탐정이’라며 ‘가오’에 빠져 사는 대만, 기 쎈 아내의 으름장에 찍 소리 못하고 사는 태수의 모습은 ‘웃픈 우리네 가장’의 현실이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들의 ‘쨍 하고 해뜰날’은 의외의 구석에서 고개를 든다. 동네 전봇대 ‘고양이를 찾아 주세요’ 전단지에 관심을 돌릴 정도로 ‘할일 없는’ 그들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만삭의 여인은 사라진 남편을 찾아 달란다. 대가로 건 낸 통장에는 수천 만원의 돈이 들어있다. 그동안 먹어온 눈치밥의 체기가 한 방에 내려가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탐정으로서의 본연에 충실 한다. 대만은 특유의 추리력을 바탕으로 사라진 남자의 행적을 추적한다. 태수는 휴직 중인 경찰로서 후배들을 다그치고 혼을 내면서 정보를 빼낸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곧바로 힘을 발휘한다. 의외로 간단해 보이고 순식간에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그 순간 대만의 추리가 ‘보이지 않는 손’을 발견한다. 단순한 실종 사건은 ‘단순함’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특유의 촉을 앞세워 사건에 뛰어든다. 이젠 사무소에 날리는 파리를 쫓기 위함도, 번듯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탐정으로서의 자존심도 가족들에게 으스댈 금전적 이득의 유혹도 모두 아니다. 두 사람은 악을 대하는 천성적 사고 방식의 동일 교집합으로 달려든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전편 전개가 대만이란 인물의 전사(前史)와 후사(後史) 그리고 태수의 인물 설명에 집중해 발생된 사건의 매력을 끌어 올리는 것에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른바 ‘교환살인’이란 추리 소설 속 생경한 콘텐츠 이미지를 살리는 것에 영화적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속편에선 전편에 비해 사건은 보다 간결해졌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중반 이후 사건 배후와 관련 인물에 대한 파악은 충분히 가능하다. 깊이를 포기했기에 얕은 수가 사실 금방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관람의 충족도가 오히려 전편에 비해 높아졌다. 이유는 선택과 집중에 있다.
 
‘탐정: 리턴즈’는 전편의 연장선에서 대만-태수 콤비의 ‘톰과 제리’식 상황 설정 그리고 두 사람이 쫓는 사건의 뚜렷한 색깔, 불필요한 복선과 반전 배제가 역으로 주효했다. 시리즈 자체의 가벼운 톤 앤 매너가 이런 요소와 만나면 분명히 상충될 수 밖에 없다. ‘탐정: 리턴즈’는 간결한 플롯 구성 속에서 드러나는 관람 집중도와 대만-태수 두 인물의 상황적 코미디 그리고 드라마와 사건 자체에 이유를 부여하지 않은 직관이 결과적으로 관람 집중도를 끌어 올린 신의 한수가 됐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이 영화의 히든카드는 ‘여치’ 이광수다. 영화 자체의 재미 절반 이상을 책임진 그의 순발력과 센스는 포복절도와 박장대소의 무게추를 조율하는 영민함을 보인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반응을 체크해 본다면 왜 이광수의 존재감이 ‘탐정: 리턴즈’ 재미 절반 이상을 책임졌단 설명이 올바른 지적인지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최소한 재미를 논할 때 ‘탐정: 리턴즈’는 넘치면 넘쳤지 부족함 없는 결과물이다. 개봉은 오는 13일. 116분.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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