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현대상선이 20척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서면서 현대중공업과 해묵은 앙금을 털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양측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지난 2005년 선박 발주를 끝으로 거래를 잠정 중단했다.
재계와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의 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바뀌고, 지난 4월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밝힌 데 따라 선박 발주가 이뤄지는 점 등을 들어 현대중공업이 13년 만에 현대상선의 발주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현대상선은 3조원 규모 친환경·고효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에서 입찰서를 받았다. 현대상선은 각사의 제안서를 검토한 뒤 조만간 선박 발주처를 확정 짓는다. 이번 발주는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계약 규모도 눈길을 끌지만, 일감이 어느 조선사에 돌아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중공업은 과거 정몽준 대주주와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다툼으로 지난 2005년 이후 13년간 현대상선에서 일감을 따내지 못했다.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인수를 시도하자 형수인 현정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거래선을 틀어버린 결과다. 2005년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86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4척, 4700TEU급 5척을 각각 수주한 게 현대상선에서 마지막으로 따낸 일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양측 간 갈등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지난 2011년 현대상선이 당시 국내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 중 가장 규모가 큰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모두 싹쓸이 했다. 또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해 주요주주의 지위에 오르는 등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 현재 양사는 같은 대주주 아래에 있어 현대상선이 대우조선해양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번 발주에서는 오히려 대우조선해양이 더이상 어부지리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8월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된 뒤 현대상선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발주했고, 한진중공업에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들여왔다. 당시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구조조정 기업들만 거래가 이뤄져 '셀프 수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선업계는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이 조선업과 상생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만큼 산은을 대주주로 둔 조선사들이 일감을 모두 가져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특정 조선사로 일감이 쏠리면 도크(선박건조대) 사용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선박 인도 지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발주처를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박 발주처와 관련해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공평한 기준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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