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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코스닥 벤처펀드, 향후 과제는)② ‘희망 공모가’ 의미 없어져…투자 리스크 확대 우려
'실탄'은 있는데 장전할 곳 없어…부풀려진 공모가, 손실은 투자자 몫
2018-05-18 08:00:00 2018-05-18 08: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 받는데, 공모주 물량 대비 자금이 몰리면서 기관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가를 부풀리는 식의 ‘우선 담고 보자’ 투자가 결국 개인들의 투자 손실로 이어질 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첫 코스닥 상장 기업인 제노레이의 수요 예측에서는 7조535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 밴드가격인 1만7500원~2만500원을 넘어선 2만3000원에 확정했다. 특히 상단가격을 넘어선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자는 995곳, 신청물량도 99.99%에 이른다.
 
희망 밴드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관 투자자들은 공모 물량이 적다고 하소연한다. 제노레이의 공모 주식수는 60만1942주로 이 중 코스닥 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은 30%인 18만583주다. 이는 제노레이의 공모가 밴드 최상단으로 계산할 때, 37억원 수준이다. 현재 코스닥 벤처펀드에 설정된 금액 2조4000억원 중 0.15%에 불과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00만원 미만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이 수두룩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2조원이 넘게 몰린 코스닥 벤처펀드에서 30억원을 담으려고 하니 밸류에이션 계산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빈수레로 갈 수 없는 기관 입장에서는 물량 확보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과열 조짐은 또다른 상장 추진기업인 세종메디칼의 수요 예측에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수요예측 시장에서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은 세종메디칼의 희망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요예측시 실질적인 분위기는 막판에 판가름 난다”며 “제노레이의 뒤를 이어 세종메디칼 역시 흥행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기업의 밸류에이션 측정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B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희망공모 밴드 범위는 기업의 산업 성장성, 영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수요예측에서 이를 초과한 공모가를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한다는 것은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고평가된 기업의 밸류에이션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개인 투자자”라며 “코스닥 활성화 취지로 만들어진 코스닥 벤처펀드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 역시 "코스닥 벤처펀드가 IPO 펀드 스타일로 가는 것에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자 측면에서는 결국 수익률 하락과 공모가보다 가격이 떨어질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벤처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기관투자자는 "앞서 수요예측을 했던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은 모두 의료기기 관련 업체로 시장에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며 "코스닥 벤처펀드 이후 첫 사례이기도 한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에 설립된 제노레이는 치료용·치과용 디지털 영상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2009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2년 유럽법인, 2013년 일본법인을 설립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세종메디칼은 지난 1996년 설립된 회사로,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기기 트로카(Trocar·투관침)의 국산화 및 상용화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C 증권사 IPO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따른 가격 결정은 결국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결정된다"며 "차후 상장 기업들의 주가 및 시장 상황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눈치다. 상장을 준비 중인 한 기업 임원은 “어느 때보다 상장을 추진하기엔 매력적인 타이밍”이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할 때 주식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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