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채용비리 반년, 사회상 반영하는 계기돼야
입력 : 2018-05-17 08:00:00 수정 : 2018-05-17 23:52:51
지난해 10월 은행권 채용비리가 불거진 뒤 반년이 지났다. 당시엔 해묵은 관행이 적발된 것으로 치부됐으나, 채용비리 사태는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폭발적이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연루에 지난해 말 사퇴했고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신입 채용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임기 반년만에 물러났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은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옷을 벗었다.
 
채용비리 검찰 수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있다. 금융당국이 이들 은행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속도에 따라 이들 회사 CEO 입지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CEO의 운명이 갈릴 정도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일까.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관행으로 여겨지던 기존 채용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어졌다. 전반적인 채용시스템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관행까지 손보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금융권 채용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조짐이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필기시험 부활이 대표적이다. 은행 입사 시험은 난이도가 있는 문제 탓에 취업준비생들이 '은행고시'라고도 부른다. 객관성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30년 전에 폐지한 은행고시를 다시 살릴 수밖에 없었냐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성적과 스펙 위주의 정량적인 평가에만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외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 전형에 활용된 가산점 제도는 '없애고 보자'는 식이다. 임직원 자녀나 임원 추천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지방 소재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추천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지역인재 할당제'까지 특혜성 채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존폐 기로에 서게됐다.
 
은행들의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하반기 채용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부까지 신규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으니 무엇이라도 만들어 내놓야 했을 것이다. 채용비리 사태 반년만에 완벽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채용시스템을 손 보는 것에만 급급해선 안될 것이다. 이번에 제기된 채용비리는 과거 채용시스템을 되돌아 보고 이번 기회에 공정하게 바꾸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근본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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