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의 관문, 베트남을 가다)높아진 인건비에 부족한 인프라…장애물도 산재
기업들 '포스트 베트남' 고민…정부, 국영기업 민영화로 유인
2018-05-09 06:00:00 2018-05-09 06:00:00
[하노이·호치민(베트남)=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베트남 경제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는 중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정부는 부족한 인프라 건설을 외부 자금에만 의존하고 있다. 소재·부품 등 기초산업 기반이 취약한 것도 약점이다. 
 
대한상의 베트남사무소와 무역협회 호치민지부 등에 따르면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7% 내외로 억제해 급격한 임금 상승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5년전 공장 노동자 월급이 7만5000원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30만~50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때문에 원가 절감 측면에서의 매력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정부는 국제규범에 맞춰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4대보험 제도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 뿐 아니라 베트남 내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에게도 적용 중이다. 의료보험의 경우 정부에서 지정한 일부 병원에서만 보험 처리가 된다. 아직까지 혜택은 크지 않은 반면 비용 부담은 늘다보니 기업인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스트 베트남' 모색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베트남 현지 진출 기업인들 대부분이 "10년 이내에 베트남 내 생산한계가 올 것"이란 전망에 동의했다. 향후 행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같은 동남아를 꼽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에디오피아 등 새로운 대륙을 지목하기도 한다. 남북간 해빙 모드가 조성됐지만 아직 북한을 꼽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어디를 가더라도 베트남만한 생산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베트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절박감을 내비쳤다.
 
구인구직의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는 생산직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점차 높아지면서 공장으로 가려는 청년들이 많지 않다. 정작 이들이 희망하는 고급 일자리는 대졸자들의 함량 미달을 이유로 채용을 꺼린다. 직업훈련 등을 통해 기술을 가르친다 해도 약간의 임금 차이에도 쉽게 이직을 한다. 베트남 통계청이 집계한 1분기 15~24세 실업률은 7.3%다.
 
호치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된 탓에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점 역시 베트남 정부의 고민거리다. 중국이 시안, 충칭을 중심으로 한 '서부대개발'에 나서듯, 베트남은 중부 지역의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중부 휴양도시 다낭에서 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중부 지역은 인프라가 미비하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공적개발원조(ODA)를 비롯한 외부 자금에 기대고 있어 낙후성 개선이 쉽지 않다. 주요 도시의 인프라 건설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부 개발은 우선 순위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호치민에서만 지하철 1호선 공사가 수년째 지속 중이다. 올해 완공 예정이었지만 예산 투입 등이 늦어지면서 2020년으로 연기됐다. 하노이에서도 지상철(트램) 형태로 신규 교통망을 구축하려 하지만 진척이 빠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현재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진양기자
 
베트남의 경제 수준이 향상되며 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정부의 심사도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투자 신청만 하면 무조건 승인을 해줬지만, 지금은 IT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투자 기업을 고르고 있다. 본격적으로 부품, 소재 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호치민의 경우 중심가에서 300km 이내 지역에는 오염을 유발하는 염색, 방직 공장들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된 영향도 있지만 베트남의 산업 기초체력이 취약한 것과 더 큰 연관이 있다. 일례로 베트남에 등록된 오토바이 대수는 4350만대(2016년 기준)에 이르지만 변변한 오토바이 제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30년 넘게 국민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탔으면 최소 1개 이상의 제조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는 지적이 과하지 않다.
 
베트남 정부는 부실이 많은 국영기업 민영화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석유, 가스, 통신, 금융 등 분야도 다양하다. 베트남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동시에 외국 기업들의 투자로 기업가 정신 함양을 기대한다. 지난달 베트남 투자 유치를 위해 서울을 찾은 딩티엔쭝 베트남 재무장관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투자를 막기 위해 민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진적인 법 적용과 투명한 정보 공개 등 시장경제 방식의 운영 계획을 약속했다. 특히 금융 공기업의 경우 인수 의향만 있다면 곧바로 승인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할 만큼 높은 의욕을 보였다. 기업 입장에서도 은행 영업망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트남 은행들은 부실 정도가 너무 크고 실체도 불분명해 실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노이·호치민=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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