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리스크…한국증시 날개 다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로 재평가 전망…"3000 돌파 가능"
증권가, 수혜주 찾기 분주…"지나친 기대감 경계" 의견도
2018-04-29 16:13:57 2018-04-29 17:01:54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국내 증시를 억누르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으로 수혜를 보게 될 기업을 찾는데도 분주한 모습이다.
 
"코스피 3000 간다"…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물씬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계기로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65년간 이어지고 있는 정전 상태인 데다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전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는 기업의 실적이나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 등에 비해 할인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낙후된 회계 관행 등 신흥국 할인과 안보위협 및 정치적 불안이 포함된 한국 고유 할인요인으로 구성되는 데 지난해 북핵 위기가 심화된 뒤 신흥국 대비 국내 증시 할인이 더 커졌다"며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사라지면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지면서 코스피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년내 고점까지 상승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2배 정도로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적정 PBR이 1.39배란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는 지금보다 36%의 상승 여력이 있고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3000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2500선 안팎이란 점을 생각하면 20%만 올라도 3000선을 돌파한다.
 
단순한 지수 상승 이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유 팀장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지정학적 위험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북핵 위기로 3대 신평사 모두 한국 신용등급의 잠재적 하락 가능성을 지적했던 적이 있는 만큼 구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하락이 나타나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수혜주 찾기 분주…인프라 투자·개성공단 등 주목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남북 정상도 회담 후 경제협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증권가에서는 관련 수혜주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수혜 가능성이 가장 높게 거론되는 것은 건설업체들이다. 자본축적을 위한 경제개발 정책에서 인프라와 도시개발이 필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북한의 고속도로 길이는 774km로 한국(4438km)의 20%도 되지 않는다. 평양을 제외하면 대도시가 부족해 도시개발도 필요하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남북 경협의 가장 핵심은 인프라 투자"라며 "북한이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35조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인프라 투자에 가장 중요한 분야로 보이는 고속철도, 신규 지하철, 항만 투자가 이어지면 인프라 투자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고 과거 북한과의 경제협력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현대가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대북사업을 경험해 경협 초기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산업과 한라도 인프라와 사회간접자본(SOC)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고려하면 철강업체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과 대북송전, 비료 지원, 가스관 관련 업체와 비무장지대(DMZ) 관련 기업도 수혜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협 구체화 시간 필요…차분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경제협력으로 국내 증시가 오름세를 타고 기업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은 크지만 평화체제 구축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 너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낮추는 첫걸음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검증, 경제제재 해제, 경협 진행 등이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기간 동안 각 과정의 진행 상황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 관련주에 대한 투자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 성장에 따라 한국 기업의 가치가 실제로 개선될 수 있을지를 투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 기업은 남북 경협 사업이 저가 수주, 역마진 사업일 가능성도 있어 실제 기업이익 확대 효과가 가시화된 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협력을 위해 한국 기업의 우선협상권이나 우선 수주권이 보장될 수 있지만 정부 차원의 교류 및 사업 발주라 인도적·상징적 차원의 저가수주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가 추세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우려 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낮은 배당성향 등의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배구조나 이익 추정치 안정성 등의 순위가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근본적이고 추세적인 변곡점을 만들어줄 것이란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기대와 객관적 사실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에 위치한 경의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사진/뉴시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