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프렌치 록의 ‘서울 비행’…피닉스 ‘소년미’ 관객을 물들이다
4년 만의 단독 내한공연 ‘피닉스 라이브!’ … 1500여 관객과 18년 밴드사 훑다
입력 : 2018-04-23 21:26:47 수정 : 2018-04-24 08:57:0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21일 오후 7시20분 무렵 서울시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노래를 부르던 토마스 마스의 가늘고 길다란 전신이 객석으로 엎어졌다. 마지막 앙코르 곡 ‘티 아모(Ti Amo)’의 전자 비트가 번쩍이는 붉은 섬광에 맞춰 ‘두둥’ 거릴 때였다. 줄 달린 마이크를 쥐고 뛰어든 그는 관객들 손에 의지한 채 객석 우측에서 좌측까지 숨 가쁘게 ‘비행’했다. 마치 죽더라도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그들의 밴드명 ‘피닉스(불사조)’처럼.
 
서울시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피닉스의 내한 공연 모습.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2000년부터 활동한 피닉스(Phoenix)는 다프트 펑크(Daft Punk), 에어(Air)와 함께 프렌치 록의 세계화를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밴드다. 꿈과 사랑, 낭만에 관한 프렌치 특유의 정서를 말랑한 신스와 강한 전자 기타음에 뒤섞는다.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 탓에 이들의 음악을 유럽에선 청춘들이 즐겨 부르는 ‘젊음의 찬가’로 부르기도 한다.
 
활동한지 18년,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넘었지만 밴드는 여전히 ‘영생’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 6집‘Ti Amo’를 내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오가며 라이브 투어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 역시 시간이란 물리성을 거스르며 ‘불사’해 온 그들의 자취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피닉스의 LED 로고.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청명한 하늘 아래 따스한 봄 바람이 살랑이던 이날 초저녁. 1500여명의 관객들이 ‘서울 비행’에 나선 그들을 만나러 이 공연장을 찾았다. 시작 30분 전부터 1, 2층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관객들로 북새통. 피닉스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거나 가방을 멘 이들에게서 설렘과 흥분의 표정을 손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공연은 예정시각이었던 6시를 5분 정도 넘어선 시각에 시작됐다. 장내 전체가 암전되더니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날로그틱한 질감의 라디오가 켜졌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어둠 속의 정적을 드문 드문 깰 무렵, 불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남성과 여성 앵커가 동시에 외쳤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미담 에 미슈” “피닉스!”
 
피닉스 보컬 토마스 마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리드 드럼과 서브 드럼, 베이스, 건반, 두 대의 전자 기타 그리고 청량한 보컬. 말랑거리는 신스 음에 맞춰 등장한 여섯 멤버들은 ‘제이보이(J-Boy)’를 시작으로 ‘라쏘(Lasso)’,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등 대표 곡들을 쉼 없이 쏟아냈다. 음에 맞춰 눈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섬광과 드럼 앞 일렁거리는 하트 모양의 네온사인은 공연장을 ‘로맨틱하고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뒤바꾸고 있었다.
 
“또로롱” 거리는 신스 소리와 함께 ‘리스토매니아(Lisztomania)’가 울려 퍼질 때는 관객들 모두가 떼창으로 화합했다. 헝가리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열광적인 관중을 표현했다고 하는 이 단어의 뜻을 따르는 듯, 모두는 열렬하고 또 열렬하게 합창했다. “(마스)it comes, it comes, it comes, it comes, it comes, and goes” “(마스와 관객들) Lisztomania!!!”
 
이 외에도 ‘투 영(Too Young)’과 ‘이프 아이 에버 필 베러(If I Ever Feel Better)’ 등 데뷔 초창기 곡들부터 ‘랠리(Rally)’와 ‘롬(Rome)’, ‘뱅크럽트(Bankrupt!)’, ‘티 아모(Ti Amo)’ 등 앨범 별 대표곡들이 셋 리스트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18년 간 ‘밴드사’를 훑는 노래들이 다채롭게 연주됐고 관객들은 그들의 로맨틱한 서정에 물들었다.
 
리드 드럼의 앞에 붙은 그들을 상징하는 하트 네온 사인.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노래 중간 “땡큐” 혹은 “메흐시” 외에 별다른 토크는 없었지만 밴드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관객과 교감했다. 마이크를 던지고 받거나, 누워서 노래하고 또 예수처럼 기른 머리를 앞뒤로 휘날리면서 신내림을 받은 듯 드럼과 기타를 쳐댔다. 호숫가를 배경으로 붉은 햇빛이 떠오르는 영상, 무지개 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LED 로고도 ‘소년미’ 넘치는 이들의 음악에 연신 ‘영생’을 불어 넣었다.
 
관객과의 교감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앙코르’ 무대에서였다. 마스는 이탈리아의 어느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굿바이 솔레이(Goodbye Soleil)’를 ‘생목’으로 부르는가 하면, 두 팔을 좌우로 흔들는 제스처를 유도하며 ‘피오르 디 라떼(Fior di latte)’를 관객들과 함께 불렀다.
 
피날레는 객석으로 뛰어든 마스의 다이빙! 관객들의 도움으로 객석을 ‘비행’한 그는 관객들이 만들어 준 둥그런 원에 ‘착륙’했다. 그리고는 가운데 서서 시공을 함께한 모두를 위한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
 
”러브 유! 띠 아모! 쥬 뗌므! 띠 꿰로!” 몸을 던져 열창하는 마스에게는 모두를 일어 서게 하는 초능력이 있었다. 1시간 넘게 지정석에 앉아 관람하던 관객들도 이 순간 만큼은 뭔가에 홀린 듯 몸을 일으켜 밴드를 향해 외쳐주었다. ”러브 유! 띠 아모! 쥬 뗌므! 띠 꿰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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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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