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 ‘살인소설’, 영화 넘어선 현실 부조리 꼬집다
독창성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한 ‘과잉’
‘현실의 부조리’ 표현한 연출자의 선택
입력 : 2018-04-17 17:48:39 수정 : 2018-04-18 09:16:4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근래 보기 드문 극단적 호불호가 예상된다. 과장된 톤 자체가 영화적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과장됐기에 영화적이라기 보단 연극적 색채가 짓게 베어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 스토리의 볼륨 조절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강약 배분이 있어야 했을 듯싶다. 결과적으로 ‘살인소설’은 무대극 성향의 과장성을 적절한 여과 없이 스크린 화법으로 옮겨 온 느낌이 강했다. 사실 이런 지점이 ‘살인소설’의 단점이라고 치부하긴 힘들다. 장르란 규정 자체가 존재하는 영화에서 ‘살인소설’이 택한 지점은 저예산이란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살인소설’은 여러 장르가 혼재된 복잡한 분위기다.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은 스릴러적 요소가 전반에 흐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 비서 이경석(오만석)은 시장 후보로 나서게 될 기회를 잡는다.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자 장인(김학철)의 비호를 받는다. 그는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내연녀 지영(이은우)과 함께 아내의 별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순태(지현우)를 만난다. 순태를 만나면서 경석과 지영은 뜻하지 않은 사건의 연속을 겪게 된다. 상황은 점점 꼬인다.
 
꼬이는 상황은 현실을 빗댄 풍자적 요소가 넘쳐난다. 초 중반 이후 스릴러적인 요소에서 블랙코미디로 넘어간다. 극 전체를 내려다보는 듯한 순태의 대사는 이를 뒷받침 한다. “정치인을 믿냐? 기르던 개를 믿지”라며 경석을 비꼬는 그의 대사는 숨은 뜻을 담고 있다. 경석의 아내 지은(조은지)과 지영을 두고 순태는 줄타기를 한다. 그런 모습에 경석은 더욱 불안하다. 가까스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그는 갖은 굴욕을 참아낸다.
 
영화 '살인소설' 스틸. 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영화는 부패한 정치인, 내연의 관계, 비자금, 살인, 음주 뺑소니, 거짓말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의 총제를 등장시키며 사건의 방향성을 흐트러트린다. 그런 과정을 보고 있는 관객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독창성이 느껴지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뭉개버리고 짓밟는다.
 
반면 의도한 지점에선 과장을 뒤 섞는다. 사건을 마주한 경석의 굴욕적인 굴복이나 시골 동네 청년들의 과도한 오버 액션 등은 무대극의 그것을 보는 듯 행동이 크게 다가온다. ‘순태’와 ‘경석’의 색다르고 독창적인 지점도 이런 주변인들의 과도한 액션과 행동 패턴 때문에 오히려 눌리는 느낌도 들 정도다.
 
하지만 사실 ‘살인소설’이 정형화된 장르 영화를 표방했다면 이런 지점을 모를 리는 없을 듯하다. 이미 8년 전 완성된 감독의 시나리오는 다른 지점을 보고 있었다는 듯 시종일관 예상치를 벗어난 패턴을 보인다.
 
영화 '살인소설' 스틸. 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먼저 순태는 처음부터 속내를 알 수 없는 듯한 인상이다. 시종일관 웃는다. 하지만 웃고 있으면서도 무언가 섬뜩한 기운이 감돈다. 입은 웃고 있으면서도 눈은 호기심이 가득하다. ‘소설가’인 순태의 행동은 모든 것을 조종하는 듯한 인상이다. 실제로 그의 조종을 통해 경석을 비롯해 모든 인물들이 움직인다. 그는 이번 영화 속 절대적 화자인 셈이다. 제목 자체가 일종의 스포일러인 듯 그의 표정을 통해 극 속의 모든 인물은 상황을 만들고 스토리를 구성해 나간다. 관객은 어느 순간부터 순태의 표정과 행동과 감정을 통해 ‘살인소설’의 이야기를 유추해나가는 독자가 되는 셈이다.
 
경석은 그 반대에 있다. 상황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매 순간 예상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상황이 연속된다. 그럴수록 경석의 감정은 끌어 오른다. 그는 잃을 게 분명히 존재하는 인물이다.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지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영은 경석이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상황의 연속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는지를 관객들에게 전하는 매개체다.
 
영화 '살인소설' 스틸. 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결과적으로 ‘살인소설’은 절대적 화자와 극단적 수행자가 만들어 내는 부조리극이다.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순태의 패턴은 곧바로 자신의 의지는 조금도 섞을 수 없는 ‘수행자’ 경석을 통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사람이 의도가 다른 한 사람의 의지와는 반대의 양상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살인소설’은 과장되고 부풀려진 듯한 과잉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지점을 선택한 듯 하다.
 
이런 얘기가 바로 ‘살인소설’이 하고픈 말일 듯했다. 현실의 부조리가 영화의 만들어진 비현실성을 넘어서는 요즘의 행태에서 어쩌면 창작은 결과적으로 현실을 넘어서기 힘들게 됐다.
 
영화 '살인소설' 스틸. 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순태의 극단적 행태와 경석의 또 다른 극단적 모습이 과장되고 넘쳐 보이는 것은 결국 현실을 넘어설 수 없는 영화적 묘미의 반댓말이 아닐까. ‘살인소설’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주목을 끈 지점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오는 25일 개봉.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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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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