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관세인하·표준강화'로 요약되는 최근 무역정책 흐름이 수출선도기업과 후진기업의 품질 향상에 서로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BOK경제연구:관세 및 표준이 제품의 품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지난 20년간 수입관세는 지속적으로 인하됐지만 자국민의 식품안전, 보건,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 무역표준은 강화돼왔다.
실제 보고서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 지역의 관세(가중평균 기준)와 표준 추이를 보면 1990년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해 각각 6.27%, 5.3% 수준이던 수입관세 수준은 2016년 각각 1.94%, 1.79%로 낮아졌다.
반면 무역표준을 규정한 표준페이지수와 표준수는 1995년 각각 5.46장, 0.87개에서 2003년 465.96장, 37.92개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무역정책 기조는 기술수준이 높은 수출선도기업과 기술수준이 낮은 수출후진기업 간 품질 향상에 서로 다른 효과를 나타냈다.
엄격한 무역표준을 채택하고 있는 EU지역의 식품수입시장을 분석한 결과 수출선도기업은 표준준수에 따른 기대이윤이 높아지면서 추가적인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이 경우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도 공고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산업은 수출선도기업과 수출후진기업 간 기계화 정도 등에 따라 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수출후진기업은 신규표준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수입관세 감소로 경쟁이 심화돼 품질 향상 유인이 줄어들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수출이 아닌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지역 식품수입시장에서 무역 표준페이지수가 1장 늘어날 때 수출선도기업은 19.3%의 추가적인 품질 향상이 이뤄졌고, 수출후진기업에서는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의 정도가 23.2% 하락했다.
관세가 10% 떨어지는 경우 수출선도기업에서는 2.7%의 추가적인 품질 향상이 이뤄졌고, 수출후진기업에서는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의 정도가 18.3% 감소했다. 품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들은 낮은 관세와 엄격한 표준에 추가적인 품질 향상으로 대응하는 반면, 품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음지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엄격한 무역표준 도입 등과 같은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산업에서는 기업들이 수출시장 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역표준 강화 흐름은 기존에 기술력이 우수하거나 신규분야에서 품질향상을 주도할 능력이 있는 기업에게는 독점적 지위를 굳힐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2016년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교역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비관세조치 중심의 보호무역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2004~2007년중 연평균 무역구제조치(반덤핑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시행 건수는 154건에서 2012~2015년중 184건으로 늘어났고, 2003~2007년중 연평균 기술장벽건수(독자적 표준, 기술규정 등)는 820건에서 2011~2015년중 1467건으로 늘어났다.
EU지역의 관세 및 표준 추이. 농산물·공산품에 대한 수입관세 추이(좌), 무역 표준페이지수 및 표준수(우). 자료/한국은행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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