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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반도체, LG는 가전…연간 최대 실적 '청신호'
삼성 1분기 영업익 15.6조, 4분기 연속 최고치 경신…LG도 역대 1분기 최대 영업익
2018-04-08 16:41:56 2018-04-08 16:41:5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은 반도체가 있어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의 절대강자다. D램에서는 지난해 말 본격 양산을 시작한 2세대 10나노급 제품이 주력이며, 낸드에서는 평택캠퍼스 1라인에서 생산 중인 4세대 64단 V낸드플래시의 수익성이 높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1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1조원 이상이다. 전체 수익의 70%가량을 반도체가 일궈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반도체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2분기 연속 10조원 시대도 이어갔을 것이 확실시된다.
 
 
1분기가 비수기임에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반도체 가격의 고공 행진이 있었다. 이 기간 D램 평균가격은 전분기 대비 5% 상승했다. 스마트폰 수요 약세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채용량 둔화 등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약세를 보인 반면, IDC 업체들의 서버용 D램 수요는 강세를 지속했다. 여기에다 D램 업체들의 생산력 증가가 제한적이고 재고가 낮아 타이트한 수급도 유지됐다.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정전, 대만 렉스칩의 질소가스장치 점검 등 생산라인의 일회성 이슈가 불거진 점도 수급에 영향을 줬다.
 
모바일(IM) 부문의 선전도 실적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9이 출시국 확대에 힘입어 1000만대가 넘는 초기 셀인(유통사 판매) 출하 호조가 나타났다. 예년 대비 1분기 마케팅비용도 축소됐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전 주문 물량 확대를 위해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던 기존 방식 대신 꾸준한 마케팅비용 지출과 비용 절감으로 이익률을 상승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퀄컴과의 크로스 라이센스 재계약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를 회복했을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2분기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분위기도 한층 고조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한 사상 최대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의 가격 상승과 출하 증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추가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는 2분기에도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갤럭시S9 판매가 본격화되는 모바일 부문도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마케팅비용 증가로 실적이 소폭 둔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반적인 기여도는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분기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던 디스플레이 부문도 2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5000억원 안팎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 소진이 어느 정도 이뤄져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가동률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계절적 성수기에 월드컵 개최 효과까지 더해진 가전(CE) 부문 역시 TV 출하량 반등을 중심으로 영업이익 증가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D램 공급량 증가로 평균가격이 하락 전환하는 등 상반기보다는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교역 환경 악화와 원화 강세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우려도 높다. 실제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9% 감소한 것도 환율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60조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LG전자는 단연 프리미엄 전략의 승리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LG 시그니처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이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등 하위 제품군에도 파생되며 수익 개선을 유도했다. 전년 대비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OLED TV는 HE사업본부 내 매출 기여도가 20%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HE와 H&A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2%, 11%로 두 자릿수를 회복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LG전자를 괴롭히는 난제인 MC사업본부의 적자 규모도 상당 부분 축소됐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플래그십 모델 미출시로 마케팅비용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꾸준한 플랫폼 효율화 작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평균 8000억~9000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3099억원과 2017년 6172억원보다 각각 2.9배, 1.4배 높은 수준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과 판매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린 TV와 가전의 고급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미래 먹거리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VC사업본부의 펀더멘털 강화도 긍정적이다. LG전자의 전기차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 GM 쉐보레 볼트의 판매량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부품군·고객망·수주 등도 확충되고 있어 기대주로 충분하다. 이를 발판으로 연간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어서며 2009년 이후 9년 만에 새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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