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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다시 국가와 사회 전면에 나선 중국공산당
2018-04-03 06:00:00 2018-04-03 06:00:00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기점으로 국가기구 인선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선은 당과 국가기구에 대한 대폭적인 기구 개편을 반영해 속도와 심도 측면에서 이전과 다르다. 주요 부문에 대한 당위원회와 행정 책임자와 분업체계에서도 그렇다. 중앙기구 개편에 연이어 각급 지방정부와 군중사회 단체 등 대중조직으로 인선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깊이도 다르다. 특히 기존 기구 개편에서는 주로 행정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들이 수장책임제에 따라 권한을 행사했지만 이번 개편 이후 당위원회의 행정 부문 내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는 당과 국가기구 개편에서 당의 영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의 중점이 이동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한 결과다. 기구 내 당위원회와 행정 수장의 역할과 지위 변화는 당국가체제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기도 하다.
 
최근 중국인민은행 행장에 이강 부행장이 승진 임용됐다. 기구 내 승진 인사로 류허 재경과 금융담당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 내부 당위원회와 행장 간의 관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인사가 이뤄졌다. 이강 행장 선임과 함께 바로 궈수칭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주석 겸 당위원회 서기가 중국인민은행 당위원회 서기에 올랐다. 궈수칭이 중앙은행 당위원회 서기를 맡고 중앙은행 행장인 이강은 당위원회 부서기를 맡게 됐다. 
 
이번 국가기구 인선에서 적지 않은 기구가 이른바 ‘이중수장책임제’를 채택한 결과다. 하나의 기구 내에서 당위원회나 당조 서기 그리고 행정 책임자 두 사람이 각각 역할을 나눠 갖는 체계를 말한다. 복잡하고 일정한 패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공산당은 왜 이중수장책임제를 유지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당관정부’, ‘당관간부’, ‘당관사회’, ‘당관기업’ 등 당이 국가와 사회 심지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와 사회 영역을 관리해야 한다는 대원칙 때문이다. 그동안 개혁개방은 당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정부, 사회, 기업 등의 자율적 역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이동시켜왔다. 이것이 바로 개혁개방의 출발점이었던 이른바 현대화로 중국의 발전 노선을 변경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기존 현대화 노선으로는 새로운 시기에 부응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 다시 당을 소환하는 방향으로 당의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그 핵심은 바로 당의 영도를 전방위적으로 사회 모든 부분에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다. 당정분업 혹은 당정분리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당의 인식 변화가 이중수장책임제의 적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수사적인 의미에서의 당정분업이니 당정분리니 하는 뉘앙스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로 중국의 변화 방향이 당의 영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 수장이 당위원회나 당조의 부서기를 맡는다고 해서 당위원회의 서기가 월등히 높고 깊은 지위와 역할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문적인 분야, 예컨대 중국인민은행과 같은 경우 높은 금융분야 전문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위원회 부서기라 할지라도 당내 의견 조율에서 그 전문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일부 부서기의 지위가 정(正)부장급인 경우 서기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최근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당조 서기에서 당조 부서기로 지위 변동이 있은 왕안순의 경우 정부급으로 승진하면서 부서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통합된 부서가 여럿인 경우 통합 시너지를 위해서 당위원회나 당조 서기에 일시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행정 수장책임제로 귀환할 것이라는 예측도 없지 않다. 이중수장책임제는 일종의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중수장책임제가 일시적이든, 상시적이든 당이 행정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당이 당무를 담당하고 행정 관원이 행정을 담당하는 기계적인 분업체계가 아니라 적어도 시진핑 집권 2기에 들어서 당의 영도가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이중수장책임제는 당위원회나 당조 서기 책임제 강화로 보여질 수 있다. 당의 관여를 최소화한 개혁개방 시기의 당정 관계 패턴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다른 모습은 당이 간여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관철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이 국가와 사회 전면에 다시 나서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중국 인식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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