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번주 조종사 피로경감대책 발표
5일 항공법 개정안 설명회…업계 반발에 당초 개선안서 후퇴 예상
조종사협회 "선진국형 피로관리 필요" vs. 항공사 "노선 운영 차질"
2018-04-01 19:50:02 2018-04-01 19:50:0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5일 조종사의 피로 개선 방안을 담은 대책을 발표한다. 항공업계와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등은 이번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이번 대책은 항공사의 운항과 조종사의 비행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1일 국토부와 조종사협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5일 항공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근무시간을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된다. 이번 조사는 올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8곳의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항공사는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조종사와 승무원의 근무시간 자료를 제출했다. 
 
 
국토부는 이번 항공법 시행규칙 개정을 위해 조종사협회와 항공사를 수차례 만났다. 그럼에도 항공사와 협회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난달 22일 논의가 사실상 끝났다. 국토부는 양측의 의견을 절충해 개정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보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와 조종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대책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항공사와 조종사협회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비행시간(승무시간: 이륙부터 도착까지 시점)을 1시간 단축해 12시간(기장 2명, 부기장 1명)으로 할 경우 조종사 144명(대한항공 94명, 아시아나항공 5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운항노선이 하루 63편 축소되고, 승객 1만4400명이 불편을 겪을 거라고 항공사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종사협회는 미국 등 주요국이 도입한 피로관리기준을 토대로 비행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항공법에는 비행시간과 휴식시간에 관한 규정만 마련돼 있다. 이른바 '시간고도화' 방식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비행 출발시각, 시차, 기내 휴게시설에 따라 승무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FAR 117 규정에 따르면 심야(오전 0시 ~ 오전 5시)에 출발하면 승무시간이 1시간 단축된다. 기내 휴식시설의 등급에 따라 승무시간이 최대 2시간 차이난다. 
 
국토부는 미국 등 주요국의 피로관리제도와 국내 항공사 조종사의 피로 실태를 연구한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 보고서를 마련했다. 보고서에 담긴 개정안에 시차, 비행 출발시각, 기내 휴식시설에 따라 비행 근무시간을 차등 적용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반발에 따라 이번 발표될 대책은 당초 개선안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대책에 승무원의 피로 경감대책은 빠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객실승무원의 피로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이달 내로 발주한다. 연구용역이 끝난 뒤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승무원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에어부산 승무원이 최소 5명 실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승무원의 피로가 위험 수준인데, 국토부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에어부산 승무원 실신사고 이후 국토부는 항공법 규정을 위반하는 항공사에게 엄중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항공법에 따르면 승무원의 근무시간은 14시간이다. 하지만 승무원 3명을 추가로 투입하면 최대 20시간까지 늘어난다. 사실상 근무시간의 제한없이 전 세계 노선을 다닐 수 있는 셈이다. 항공사는 승무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있어 승무원의 불만이 높다.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와 장시간 노동 그리고 잦은 스케줄 변경은 승무원의 피로를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까지 승무원의 피로 관리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대책은 연구용역과 휴식시간을 늘리는 것 외에는 사실상 없다. 항공법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사용자는 노동시간의 제한 없이 업무를 시킬 수 있다. 승무원은 회사의 근무시간 측정이 불합리적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비행 준비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최근 승무원 사이에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협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종사는 조종사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승무원은 집단 행동에 나서거나, 의견을 낼 권익단체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국내 항공사 한 승무원은 "비행기 문닫고, 현지 도착한 시간까지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된다"며 "근무시간 산정은 가장 기초적인 문제인데,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토로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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